2027 수능특강 문학 · 갈래 복합 09
김용준 「선부 자화상」
수능특강 수록 제시문 전문을 빠짐없이 제시하고, 유머러스한 자기 묘사와 ‘선부’라는 호를 통해 드러나는 자기 수용·성찰·가치 지향을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핵심: 글쓴이는 자화상을 그려 달라는 요청에서 출발해 자신의 외모를 과장되고 유머러스하게 자랑합니다. 그러나 ‘선부’라는 호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자신이 과연 ‘선한 사내’라는 이름에 걸맞은지 되묻고, 잘못을 저지른 뒤 참회해 온 삶을 돌아봅니다. 자기 비하가 아니라 자기 수용과 성찰, 선한 삶에 대한 지향이 함께 나타나는 수필입니다.
수능특강 수록 제시문 전문
원고를 써 달라는 족족 시치미를 딱 떼고 거절하는 판에 여성지에서 하필 왈, 자화상을 그려 달란다. 그 목적이 나변(那邊)*에 있는지를 족히 짐작하는지라 이번에 또 거절을 하는 날이면 제 얼굴이 “추남이 되어 저러는 게로구나.” 할 테니 옜다 보아라 “추남이라고 자랑 못할 날까 보냐.” 하고 튀어 나설 나인 줄을 알아차린 눈치 빠른 편집자 씨의 약은 꾀에 안 넘어가려다가 기어이 내가 또 넘어가는구나.
기왕 내친걸음이니 내 얼굴 자랑이나 좀 해 보자꾸나. 나는 원래 순후(純厚)하고 면장(面長)하고 안심(眼深)하고 비고(鼻高)한 분이니, 나쁘게 말하자면 톨스토이 같고, 좋게 말하자면 해중(海中)에서 솟아오른, 문인(文人)·묵객(墨客)이 애무(愛撫)하는 괴석(怪石)*과 같다.
한때 유학생 시대에는 동경 일판에 내 코는 몰리에르 코 같다고 자못 평판이 자자하였던 코라 지금도 끔찍이 내가 사랑하는 코다. 남들은 어떻게 볼는지 모르지만 나는 거울을 놓고 내 얼굴의 이모저모를 아무리 뜯어보아도 그저 좋기만 하다.
더구나 요즈음은 여름에 빨갛게 깎았던 머리가 수더분하게 길어 오르고 코밑 턱 밑의 수염이 제법 고전풍으로 어울려서, 다른 분은 실례의 말씀으로 이 수염을 보시고 욕 꽤나 할는지 모르나 내 눈에는 이 수염처럼 내 적막한 심사를 위로해 주는 것은 없다.
내 얼굴에서 굳이 결점을 잡아내자면 양미간이 좁고 찌부러져서 보는 이는 속이 빽빽하다 하겠으나 기실은 내 속이 빽빽한 것이 아니요 미간의 좁은 내 심저(心底)에 깊이 숨은 우울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우울이 나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하고 글을 읽게 하며 부단히 내 불량심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어느 좌석에서 희한하게도 통쾌한 호(號) 하나를 얻었으니 왈 선부(善夫)라.
평생에 소원이 어찌하였으면 선량하게 살아 볼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면서 늘 나는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가끔 저지르고 그러고는 곧 참회하곤 하였다. 하다못해 이름 하나만이라도 선(善) 자를 넣어 볼까 하던 차에 별안간 선부란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막상 선부 하고 부르고 보니 내가 과연 선 자를 놓을 만한 잽이가 되는가 싶어서 마음이 움츠러진다. 선부가 부당하면 불선부(不善夫)도 좋다. 어느 친구나 나를 불선부라 부른 것은 결코 섭섭히 생각지 않는다.
이제까지 꽤 내 자랑을 하기는 했으나 자화상을 보니 나도 그 추남임에는 정이 떨어진다.
아내가 늘 “저런 인 줄 알았으면 시집을 아니 올걸.” 하는 고충을 내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리고 편집자 씨가 내 얼굴을 장사하려는 현명(賢明)도 잘 알기 때문에 이제 일필휘지(一筆揮之) 내 얼굴이 지상(紙上)에 재현된 것이다.
– 김용준, 「선부 자화상」
나변: 어느 곳 어디.
괴석: 괴상하게 생긴 돌.
핵심 해설
| 갈래 | 현대 수필 |
|---|---|
| 주제 | 자화상과 ‘선부’라는 호를 바탕으로 한 삶의 성찰 |
| 구성 | 자화상을 그려 달라는 부탁 → 외모에 대한 유머러스한 자랑과 자기 수용 → 우울의 의미 성찰 → ‘선부’라는 호와 선한 삶에 대한 지향 → 자신의 부족함을 다시 인정하며 자화상을 제시함 |
| 문체 | 구어적이고 유머러스한 어조, 자기 과장과 자기 희화화, 솔직한 자기 고백 |
1. 자화상 부탁을 둘러싼 유머
글쓴이는 평소 원고 청탁을 거절해 왔지만 ‘자화상’을 거절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추한 외모 때문에 피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결국 응합니다. 편집자의 ‘약은 꾀’에 넘어갔다고 표현하는 방식에서 글쓴이의 유쾌하고 자조적인 성격이 드러납니다.
2. ‘추남이라고 자랑 못할 날까 보냐’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숨기기보다 오히려 농담거리로 삼습니다. 이 표현은 외모에 대한 자기 비하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남의 평가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객관화하고 수용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3. 톨스토이와 괴석에 빗댄 외모
글쓴이는 자신의 얼굴을 ‘나쁘게 말하자면 톨스토이’, ‘좋게 말하자면 … 괴석’이라고 표현합니다. 일반적인 미남의 기준에서 벗어난 얼굴을 오히려 독특한 개성과 예술적 매력으로 바꾸어 말하는 유머가 핵심입니다.
4. 자신의 코에 대한 자부심
유학생 시절 ‘몰리에르 코’ 같다는 평판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지금도 자신의 코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그저 좋기만 하다’는 진술은 타인의 평가보다 자신의 긍정적 인식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 줍니다.
5. 수염과 ‘적막한 심사’
다른 사람은 수염을 좋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글쓴이에게 수염은 ‘적막한 심사’를 위로합니다. 외형에 대한 타인의 평가와 자신의 내적 의미 부여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6. 좁은 양미간과 내면의 우울
‘양미간이 좁고 찌부러진’ 외형을 단순한 결점으로만 보지 않고 ‘심저에 깊이 숨은 우울’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합니다. 외형 묘사가 내적 정서와 연결되는 대목입니다.
7. 우울에 대한 긍정적 재해석
글쓴이는 우울을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우울이 자신에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읽게 하며 ‘불량심’을 바로잡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부정적 성향까지 삶과 예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수용합니다.
8. ‘선부(善夫)’라는 호
‘선한 사내’라는 뜻의 호는 글쓴이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 줍니다. 평생의 소원이 ‘선량하게 살아 볼까’ 하는 것이었다는 고백과 연결되어 삶의 윤리적 방향을 드러냅니다.
9. 선량함의 지향과 실제 삶의 거리
글쓴이는 선하게 살고 싶어 했지만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저지른 적이 있고 그때마다 참회했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이미 완성된 선인으로 내세우지 않고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10. ‘불선부도 좋다’
‘선부’라는 이름이 자신에게 과분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친구가 ‘불선부’라고 불러도 섭섭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는 타인의 평가를 무조건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객관화할 줄 아는 태도입니다.
11. 자랑과 자기 희화화의 공존
앞에서는 얼굴을 자랑하다가 자화상을 보고 ‘나도 그 추남임에는 정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자기 긍정과 자기 희화화가 함께 나타나면서 글쓴이의 유쾌한 개성이 형성됩니다.
12. 아내의 말을 인용한 효과
아내의 “저런 인 줄 알았으면 시집을 아니 올걸.”이라는 말을 직접 인용해 자신의 외모를 다시 농담거리로 만듭니다. 이 말은 글쓴이가 갑자기 자신의 외모를 새롭게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의 자기 희화화와 유머를 강화합니다.
13. ‘내 얼굴을 장사하려는’
여성지 편집자가 자신의 얼굴을 지면의 흥미 요소로 활용하려 한다는 상황을 익살스럽게 표현합니다. 글쓴이는 편집자의 의도까지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자화상을 제공하며 상황 전체를 유머로 받아들입니다.
14. 수필의 자기 노출과 개성
이 글은 글쓴이 자신의 실제 외모·호·성격·삶의 태도를 직접 드러냅니다. 유머러스한 문체와 솔직한 자기 고백을 통해 작가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수필의 특성을 잘 보여 줍니다.
15. 작품 전체의 성찰 방향
글쓴이는 자신을 깎아내리는 데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자신의 외모를 좋아하면서도 결점을 인정하고, 우울을 창작의 계기로 받아들이며, 선한 삶을 지향하면서도 자신이 완전하지 않음을 인정합니다. 핵심은 ‘긍정적 자기 수용 속의 성찰’입니다.
출제 포인트 15
- 자화상 청탁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유쾌하고 자조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 ‘추남’이라는 표현은 자기 비하만이 아니라 자기 희화화와 수용의 태도와 관련된다.
- 톨스토이·괴석에 대한 비유는 독특한 외모를 개성으로 전환한다.
- 몰리에르의 코와 비교하며 자신의 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 남의 평가보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중시한다.
- 수염은 글쓴이의 적막한 마음을 위로하는 개인적 의미를 지닌다.
- 양미간의 외형 묘사는 내면의 우울과 연결된다.
- 우울은 그림·독서·자기 교정의 계기로 긍정적으로 재해석된다.
- ‘선부’는 선량하게 살고자 하는 글쓴이의 가치 지향을 압축한다.
- 글쓴이는 실제로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저질렀음을 숨기지 않는다.
- 잘못 뒤에 ‘곧 참회’했다는 점에서 자기 성찰의 태도가 드러난다.
- ‘불선부도 좋다’는 말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 아내의 말 인용은 글쓴이의 외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아니라 유머를 강화한다.
- 자기 자랑과 자기 희화화가 함께 있어 문체가 가볍고 친근하다.
- 작품의 핵심은 외모 자랑이 아니라 자기 수용과 선한 삶에 대한 지속적 성찰이다.
갈래 복합 09 비교 핵심
| 작품 | 성찰의 매개 | 태도 |
|---|---|---|
| 윤동주 「참회록」 | 구리거울 | 역사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엄정하게 반성하고 희생을 감내하려 함 |
| 허형만 「녹을 닦으며–공초 14」 | 녹슨 대문 | 회한을 직시하며 전봉준의 치열한 삶에 비추어 자신을 반성함 |
| 김용준 「선부 자화상」 | 자화상·호 |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수용하면서 선한 삶에 대한 지향을 드러냄 |
자체 제작 변형문제 10제
1. 글쓴이가 자화상 부탁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정답 ④
편집자의 ‘약은 꾀’에 넘어갔다고 말하며 자신의 ‘추남’ 이미지를 유머러스하게 다룹니다.
2. ‘남들은 어떻게 볼는지 모르지만 … 그저 좋기만 하다’에서 드러나는 태도는?
정답 ②
글쓴이는 남들이 어떻게 볼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얼굴을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3. 글쓴이가 자신의 ‘우울’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⑤
글쓴이는 우울이 자신에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읽게 하며 불량심을 바로잡는다고 말합니다.
4. ‘선부(善夫)’라는 호가 드러내는 글쓴이의 가치 지향은?
정답 ①
‘평생에 소원’이 선량하게 살아 보는 것이었다는 진술이 ‘선부’의 의미를 직접 뒷받침합니다.
5. ‘불선부도 좋다’는 말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③
글쓴이는 선한 삶을 지향하지만 자신이 완성된 선인이라고 자처하지 않습니다.
6. 아내의 말을 직접 인용한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④
아내의 말은 글쓴이가 자신의 외모를 유쾌하게 객관화하는 방식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7. 글쓴이의 자기 인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①
자기 자랑과 결점 인정, 참회와 가치 지향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8. 이 작품의 문체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 ⑤
이 글은 오히려 글쓴이의 개성, 감정, 가치 지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수필입니다.
9. 윤동주 「참회록」, 허형만 「녹을 닦으며–공초 14」와 비교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②
세 작품 모두 성찰이 핵심이지만 「선부 자화상」은 자기 긍정과 유머러스한 자기 객관화가 두드러집니다.
10. 작품의 주제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것은?
정답 ③
자화상과 ‘선부’라는 호를 통해 자기 수용과 성찰, 선한 삶의 지향이 함께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