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원 「남도 기행」
남도 바다의 오염 실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인간의 이기적 자연 이용과 환경 파괴를 비판하는 소설입니다.
수능특강 수록 제시문 전문
“사장님 작년에 여그서 큰 사고 터진 거 아시지라?” / “무슨 사고?”
“저 너매 안바다서 외국 화물선이 불이 나 터졌는디 그 안에 실린 지름이 바다루 몽창 쏟아져 부렀어라우. 텔레비전 방송에두 나왔는디 사장님은 뉴쓰도 못 보셨소?”
“본 것 같소. 사고가 컸지. 허지만 이쪽 바다에는 아무 피해두 없는 걸루 들었는데?”
[A]
“물이 알로 흐른 덕에 이쪽 바다는 피해가 읎었지라. 아따 그란디 야기 들어 본께 저쪽 갯가서 어장 허는 어민들 참말로 억울하고 복장 터지게 생겨습디다.” / “피해가 주로 어떤 거요?”
“반지락 양식장에 독한 지름이 흘러들었뿐께 대대로 지어 묵던 어장이 하루아침에 지름밭이 되었뿐젔지라. 나두 으쩌다 한 번 가 봤는디 그 사람들 지름 걷어 내니라 참말로 죽을 욕들 봅디다.”
서울 낚시꾼은 노여움으로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세상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일이 부주의든 고의든 사람들이 바다에 기름을 쏟아붓는 것이다. 살생의 죄를 개체의 숫자로만 따진다면 가장 큰 생명의 학살이 기름에 의한 바다 오염이다. 비중이 가벼워 바닷물과 잘 섞이지 않는 기름은 수표면 위로 얇게 퍼져 엄청난 넓이의 바다를 오염시킨다. 말하자면 바다 표면에 기름의 막을 만들어 햇빛과 산소를 차단하여 그 밑에 사는 바다 생물을 일거에 질식시키는 것이다.
“바다에 지름 쏟아붓는 작것들은 잡어다가 총살을 시켜 뿌러야쓰요! 벱이 무슨 벱이다요! 그눔들이 시상에 질로 나쁜 놈들이요!”
김선두의 느닷없는 욕설에 서울 낚시꾼은 ㉠오히려 호젓이 웃는다. 언젠가 말 한마디 잘못 건넸다가 김선두로부터 호된 반격을 당한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중략 부분 줄거리] 자신과 동갑인 김선두가 단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을 안 서울 낚시꾼은 바다로 나갈 때면 양쪽 주머니에 군것질용 과자를 잔뜩 사서 넣고 다녔다. 어느 가을날 낚시를 끝내고 귀항하던 서울 낚시꾼은 자신이 건넨 초콜릿 과자를 다 먹고 껍질을 배 밖으로 마구 버리는 김선두의 행동을 목격한다.
사실 서울 낚시꾼은 낚시가 시작된 그날 아침부터 김선두의 행동 중의 한 가지가 몹시 눈에 거슬렸다. 낮 동안 낚시를 할 때는 물론이고 점심때가 되어 도시락을 함께 먹을 때도 김선두는 자잘한 쓰레기를 예사롭게 배 밖으로 버렸다. 서울 낚시꾼이 먹다 남긴 음식까지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 자기 가방에 꼼꼼히 챙기는 것을 보고도, 김선두는 담뱃갑이며 소독저며 심지어는 맥주병까지 서울 낚시꾼이 보거나 말거나 그대로 ㉡훌훌 바다로 던져 버린 것이다. [B]
아까부터 김선두의 행동을 못마땅히 여기던 서울 낚시꾼은 이번에 다시 김선두가 초콜릿 껍질을 바다로 버리는 것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점잖게 한마디했다.
“여보 김선두, 바다 덕에 먹구사는 사람이 어쩌자구 쓰레기란 쓰레기는 죄 바다에 버리는 게요. 남이 버리면 말려야 될 처지에 당신이 먼저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서야 되겠소?”
서울 낚시꾼의 힐책에도 불구하고 김선두는 들은 체 만 체 다시 초콜릿 껍질을 바다로 버렸다. 마치 서울 낚시꾼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어딘가 당돌하면서도 도전적인 태도였다. 표정으로 보아 한마디 더 하면 두 사람 사이에 시비라도 될 것 같아 서울 낚시꾼은 불쾌했지만 참기로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쪽이 참기로 하자 오히려 김선두 쪽에서 시비 걸 듯 말을 건네 왔다.
“나가 종이때기 바다에 베리는 게 사장님 생각에는 바다 오염시키는 것멘키로 보입디요?”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구 했소. 종이때기두 많이 버리면 바다 오염이 안 된다구 헐 수 없지.”
“허허 나가 콧구멍이 두 갠께 숨을 쉬요.”
사람 좋던 김선두의 얼굴이 돌연 상대를 비아냥대는 영악스런 표정으로 바뀌었다. 피우던 담배를 바다 쪽으로 내던지더니 김선두가 실쭉한 눈으로 서울 낚시꾼을 비스듬히 돌아보았다.
“바다 오염 야그만 나오면 나가 복장이 터져뿌요. ⓐ나가 버린 이따구 종이때기가 바다를 오염시킨다고라? 비만 오면 서울 사람들은 풍년이라고 한다등만 참말로 바다 오염이 어쩐지 사장님 알고나 잡소?”
김선두의 어투가 뜻밖으로 거칠고 맹랑해서 서울 낚시꾼은 말대답을 하는 대신 잠자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 후 김선두가 침을 튀기며 들려준 이야기는 ㉢과연 그의 표현대로 복장 터지는 기막힌 것들이었다.
우리가 아는 바다 오염은 대부분이 작은 내만이나 육지와 가까운 연안 지역에 국한된다. 그것도 생활 하수와 공장 폐수 농축산 폐수 등이 바다를 망가뜨리는 주원인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김선두는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바다 오염의 다양한 실태와 오염의 여러 원인들을 구체적인 사례별로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가 오염의 원인으로 첫손에 꼽는 것은 연근해에 빈틈없이 설치된 여러 종류의 양식장 시설물들이다. 수천수만 개의 기둥과 줄들이 바닷속에 가득히 박히고 드리워진 양식장에는, 우선 조류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심한 정체 현상이 발생한다. 거기에 다시 투자한 양식장 설치비를 뽑기 위해 한 종류의 해산물만을 여러 해 동안 연작(連作)함으로써, 굴 양식장 같은 곳은 굴 배설물이 바다 밑에 적체되어 양식장 바닥에 오니(汚泥)*가 쌓여 도시의 하수도보다 더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 홍성원, 「남도 기행」
* 오니: 더러운 흙. 특히 오염 물질을 포함한 진흙을 이름.
핵심 내용
환경 파괴로 인한 생명과 삶의 위기를 드러내고, 자연을 경제적 이익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인간의 태도와 환경 오염의 구조적 원인을 성찰하게 한다.
| 인물·대상 | 핵심 의미 |
|---|---|
| 서울 낚시꾼 | 기름 유출과 쓰레기 투기를 생명 훼손의 문제로 바라보며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
| 김선두 | 쓰레기를 버리는 모순을 보이지만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양식장 시설과 연작이 낳는 구조적 오염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
| 바다 | 생명의 공간이자 어민의 생활 터전이며, 인간의 이익 추구 때문에 훼손되는 생태 공간이다. |
상세 해설
별빛이 스러지고 Y항의 불빛이 멀어지는 장면은 평온한 자연 풍경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기름 유출 사고와 대비되며 환경 파괴의 충격을 키운다.
기름 유출 사고의 구체적 경위와 바지락 양식장의 피해를 대화로 전달한다. 추상적인 환경 문제가 어민의 생업을 무너뜨리는 현실 문제임을 드러낸다.
서울 낚시꾼은 기름막이 햇빛과 산소를 차단하여 바다 생물을 질식시키는 원리를 설명한다. 환경 오염을 생명 윤리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이 드러난다.
김선두가 기름 유출을 격렬히 비난하는 상황에서 서울 낚시꾼이 웃는 역설적 반응을 부각한다. 이는 과거 김선두의 반격을 떠올린 데서 나온다.
현재 장면과 과거 갈등을 연결하여 김선두의 쓰레기 투기 행동이 어떻게 논쟁의 계기가 되었는지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서울 낚시꾼의 관찰을 통해 김선두가 담뱃갑, 소독저, 맥주병 등을 거리낌 없이 바다에 버리는 행동을 구체화하고 그에 대한 반감을 형성한다.
쓰레기를 가볍고 거리낌 없이 던지는 태도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김선두의 무심한 행동과 서울 낚시꾼의 문제의식이 대조된다.
서울 낚시꾼은 ‘티끌이 모여 태산’이라는 논리로 작은 개인 행위의 누적을 강조하고, 김선두는 더 거대한 구조적 오염을 보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김선두는 자신의 종이 쓰레기를 지적하는 시선을 비꼬면서 실제 바다 오염의 규모와 원인이 훨씬 복잡하다고 주장한다.
김선두가 들려주는 오염 실태가 실제로 심각하고 충격적이라는 서술자의 확인을 드러낸다. 예상과 일치했다기보다 김선두의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김선두는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삼아 양식장 시설물, 조류 정체, 해산물 연작, 배설물 축적 등 일반인이 놓치기 쉬운 오염 원인을 알고 있다.
경제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과 연작이 오히려 조류의 흐름을 막고 오니를 축적시켜 삶의 터전을 훼손한다. 인간의 이익 추구가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되돌아오는 구조가 드러난다.
작품 간 비교
| 비교 항목 | 홍성원 「남도 기행」 | 윤대녕 「한 그루 나무처럼」 |
|---|---|---|
| 자연과 인간의 관계 | 인간의 경제적·생활적 행위가 자연을 오염시키고 다시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인간이 위안과 성찰을 얻는다. |
| 핵심 장면 | 기름 유출과 쓰레기 투기, 양식장 오염을 둘러싼 논쟁 | 녹슨 대못을 빼고 참나무를 찾아가며 삶을 돌아보는 과정 |
| 공통점 |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와 삶의 가치를 성찰하게 하는 핵심 대상으로 제시한다. | |
출제 포인트 15
- 새벽의 평온한 바다와 이후 환경 오염 현실의 대비
- 외국 화물선 기름 유출 사고와 바지락 양식장 피해
- 기름막이 햇빛과 산소를 차단하는 원리
- 서울 낚시꾼의 ‘생명의 학살’ 인식
- 김선두의 기름 유출 비난과 쓰레기 투기의 모순
- ㉠ ‘오히려’와 과거 기억의 환기
- [중략 부분 줄거리]를 통한 과거 사건 압축
- [B]에서 관찰을 통해 형성되는 인물에 대한 반감
- ㉡ ‘훌훌’이 드러내는 무심한 행동
- ‘티끌이 모여 태산’에 담긴 개인 책임의 논리
- ⓐ에 나타난 김선두의 반박과 비꼼
- ㉢ ‘과연’이 강조하는 오염 현실의 심각성
- 김선두의 현장 경험과 일반인의 인식 차이
- 양식장 시설로 인한 조류 정체와 연작의 문제
- 오니 축적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 중심적 자연 이용의 역설
자체 제작 클릭형 변형문제
1. 수록 부분의 [A]가 수행하는 역할로 가장 적절한 것은?
2. 서울 낚시꾼이 기름 유출을 ‘생명의 학살’로 보는 근거는?
정답 ③
본문은 기름막이 햇빛과 산소를 차단하여 바다 생물을 질식시킨다고 설명한다.
3. ㉠ ‘오히려’의 문맥상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①
김선두가 격하게 화내는 상황에서 서울 낚시꾼은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웃는다.
4. [B]의 서술 방식과 기능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은?
정답 ④
[B]는 김선두가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구체화한다.
5. ㉡ ‘훌훌’이 드러내는 김선두의 태도는?
정답 ⑤
‘훌훌’은 거리낌 없이 던지는 행동의 가벼움을 강조한다.
6. 서울 낚시꾼과 김선두의 논쟁이 작품에서 갖는 의미는?
정답 ①
작은 쓰레기를 둘러싼 갈등을 통해 양식장 시설과 연작 같은 구조적 오염으로 시야가 넓어진다.
7. 김선두의 설명을 통해 드러나는 현장 경험의 가치는?
정답 ③
김선두는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삼은 경험을 통해 일반인이 놓치는 구체적 오염 원인을 설명한다.
8. 양식장 시설물이 오염 원인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정답 ②
본문은 조류 정체와 굴 배설물의 누적, 오니 형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9. 작품의 생태적 문제의식과 거리가 먼 것은?
정답 ⑤
작품은 오히려 자연을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인간의 태도를 비판한다.
10. 수록 부분의 핵심 문제의식을 가장 잘 요약한 것은?
정답 ④
기름 유출과 양식장 오염은 모두 인간의 활동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동시에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