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수능특강 문학] 이학규 「박꽃이 피어난 집」 해설 및 변형문제

2027 수능특강 문학 · 갈래 복합 07 · 본문 278~282쪽

이학규 「박꽃이 피어난 집」

열악한 유배 생활과 과객의 경험담을 통해 ‘삶의 조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에 이르는 기문입니다.

수능특강 수록 부분

내가 사는 집은 높이가 한 길이 채 되지 않고 너비가 아홉 자가 되지 않는다. 일어나 인사하려면 갓이 걸리고, 드러누우려면 무릎을 구부려야 한다. 한여름에는 햇볕이 쏟아져 들어와 창문이 열에 달아오른다. 그래서 집을 에워싼 담장 밑에 박을 십여 뿌리 심었더니 넝쿨이 뻗어 올라가 지붕을 뒤덮었고, 그 그늘 덕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파리와 모기가 그 컴컴한 그늘에 서식하고 뱀과 구렁이가 서늘한 습지에 도사리고 있어서 어두컴컴해진 밤이 되면 자주 일어나 등잔이나 촛불을 들고 마당을 왔다 갔다 하였다. 조용히 앉아 있자니 벌레에 물린 자리를 긁어 대느라 지치고, 벌떡 일어나 빨리 걸으면 저들에게 독하게 물릴까 겁이 났다. 걱정에 피곤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더니 병이 나서 소갈병도 생기고 우울증도 생겼다.

손님을 만나기만 하면 그 처지를 털어놓곤 하였다. 서울에서 찾아온 과객이 있어 내 하소연을 듣고서 안타까워하더니 예전에 직접 겪은 일이라며 다음과 같은 사연을 들려주었다.

저는 어려서부터 가난하여 장사를 해 왔습니다. 조령 이남의 나루터나 역마을의 여관에서부터 후미진 시골의 작은 주막집까지 발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습지요.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나그네들이 한데 모여듭니다. 지방 수령이나 사신들은 먼저 호젓한 안채에서 서늘한 바람을 쐬고, 바람 잘 드는 행랑이나 한데서 잘 수 있는 평상은 또 그들을 따라다니는 종이나 역졸들이 차지합니다. 남아 있는 곳은 벽을 후벼 파서 관솔불을 피운 후덥지근한 온돌방이나 대자리를 쳐서 빈대를 쫓아내는 뜨뜻한 평상이 그나마 깔끔한 자리인데 바로 우리 같은 과객들이 하루이틀 묵는 곳입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사람들로부터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마치 가마솥에서 밥을 짓는 김이 오르는 느낌입죠.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심히 나는 이도 있고, 방귀 뀌는 자, 코를 드르렁드르렁 고는 자, 이를 부득부득 가는 자, 옴이 나서 긁어 대는 자, 잠꼬대하며 욕을 하는 자가 있어 나오는 소리와 하는 짓이 천태만상이라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고역을 견디지 못해 옷가지를 집어 들고 돗자리를 옆에 끼고 부엌두렁이나 방앗간, 소 외양간이나 마구간을 두루 찾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네댓 번 자리를 옮기게 되더군요. 그런데 여관집 머슴이나 종을 보면 땟국물이 흐르는 머리와 얼굴을 하고서 부산하게 소나 말처럼 뛰어다니면서 아침저녁으로 행인들이 남긴 음식을 받아먹습니다. 먹다 버린 밥이나 국도 달게 먹지 않는 법이 없습니다. 술에 취하거나 배가 부르면 자리에 드러눕자마자 바로 잠이 듭니다. 우리들이 접때 견디지 못하던 잠자리에서 그놈들은 마치 쌀쌀한 날씨에 시원한 집에서 잠을 자듯이 편안히 잘도 잡니다. 그놈들의 행동이나 낯빛을 보면 남루한 누더기 옷을 걸치고는 있으나 살결은 튼튼하여 병도 고통도 없이 천수를 누리지요.

그건 다른 요인이 있어서가 아니더군요. 저들은 자기들이 사는 곳을 여관으로 간주하고 운명과 분수가 본래부터 그렇게 정해졌다고 여깁니다. 분개하거나 걱정함으로써 속을 상하게 하거나 끙끙대고 탄식하여 기운을 허비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병도 고통도 없이 천수를 누리는 게지요.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금 이 세상이란 우리들이 목숨을 이어 가며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여관인데 그 여관이란 게 또 하룻밤이나 이틀 밤을 자고 떠나는 여관일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르신께서는 이 여관 안에서 몸을 부쳐 살면서 또 옹색하게 떠돌아 후미진 골짜기에 몸을 숨기는 처지이니 이는 또 여관 속의 여관에서 머무는 꼴입니다.

저 머슴이나 종은 무식하고 무지하여 여관을 여관이라 알고 있을 뿐 음식을 잘 먹고 잠을 편히 자므로 추위와 더위가 그에게 해를 가하지 못하고 질병이 그에게 재앙을 끼치지 못합니다. 반면에 어르신께서는 도를 지키고 운명을 순종하며 평상시의 살아가는 길을 잘 알고서 행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여관 속의 여관에서 머무는 처지임에도 여관이라 여기지 않고서 스스로 속에서 일어나는 불을 돋워 일으키고 원기를 해치니 질병이 생기고 위기나 죽음이 당장 이를 것입니다. 어르신께서 배우고자 하는 분들은 옛날의 성현이건마는 여관의 머슴이나 종과 같은 자들보다 못하단 말입니까?

과객의 말을 듣고서 그 말을 조리 있게 다듬어 벽에 써서 박꽃이 피어난 집의 기문으로 삼는다.

작품 핵심 해설

핵심 논리
글쓴이의 고통은 열악한 환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과객은 같은 여관에서도 머슴과 종이 분개하거나 걱정으로 자신을 소모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는 모습을 보여 주며, 글쓴이에게 지식과 실천 사이의 모순을 돌아보게 한다. ‘세상=여관’, ‘유배지의 집=여관 속의 여관’이라는 중층 비유가 이 성찰의 핵심이다.
부분 내용 기능
처음 좁은 집·더위·벌레·뱀·질병 현실적 고통 제시
과객의 경험담 불편한 여관과 머슴·종의 편안한 태도 외적 조건보다 태도의 차이 부각
여관 비유 세상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관 현재 처지의 임시성 강조
결말 과객의 말을 기문으로 기록 조언 수용과 자기 성찰
1. 박 넝쿨의 양면성
햇빛을 가려 주지만 컴컴하고 습한 환경을 만들어 벌레와 뱀이라는 새로운 불편을 낳는다. ‘환경만 바꾸면 고통이 모두 사라진다’는 단순한 사고를 경계하게 한다.
2. 과객의 역할
과객은 조언자이다. 자신의 오랜 객지 경험을 사례로 들고, 그 경험을 ‘삶은 여관과 같다’는 보편적 깨달음으로 일반화한다.
3. 머슴·종과 과객의 대비
같은 여관을 두고 과객은 견디지 못해 여러 번 자리를 옮기지만 머슴과 종은 편안히 잔다. 환경이 같아도 인식과 태도에 따라 체감되는 고통이 달라진다는 논리를 만든다.
4. ‘여관 속의 여관’
큰 여관은 인간이 잠시 머무는 세상이고, 그 안의 작은 여관은 글쓴이가 유배되어 사는 협소한 집이다. 현재의 고통을 영원한 것으로 절대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5. ㉠과 ㉡의 대비
글쓴이는 성현의 도와 운명 순종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걱정과 분개를 키워 ‘속에서 일어나는 불’을 돋운다.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의 간극이 비판 대상이다.
6. 반문의 효과
“성현을 배우고자 하면서 머슴이나 종보다 못하단 말입니까?”라는 반문은 글쓴이가 자신의 모순을 정면으로 자각하게 한다.
7. 기문의 성격
특정 공간에 얽힌 사연과 교훈을 기록하는 글이다. 결말에서 과객의 말을 조리 있게 다듬어 벽에 적었다는 사실은 개인적 경험이 성찰적 기록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 준다.
8. 주의할 오독
머슴의 ‘무지’를 찬양하는 글이 아니다. 작품이 긍정하는 것은 주어진 처지 때문에 스스로를 끝없이 소모하지 않는 태도이다.
9. 주제
고통스러운 삶의 조건을 극복하려면 외적 조건만 바꾸려 하기보다 현재의 조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성찰해야 한다.

시험 출제 포인트 15

  1. 글쓴이의 집은 높이와 너비가 매우 작아 유배지의 열악함을 구체화한다.
  2. 박 넝쿨은 더위를 줄이지만 벌레와 뱀을 불러오는 양면적 소재이다.
  3. 소갈병과 우울증은 육체적 불편과 지속적인 걱정이 겹친 결과로 제시된다.
  4. 과객은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글쓴이의 내적 변화를 유도한다.
  5. 여관의 천태만상 열거는 과객이 겪은 고역을 생생하게 만든다.
  6. 과객과 머슴·종은 같은 장소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대비 관계이다.
  7. 머슴·종의 태도는 ‘분수’와 ‘운명’을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소모하지 않는 태도이다.
  8. ⓐ 여관은 세상 전체, ⓑ 여관 속의 여관은 글쓴이의 현재 거처에 대응한다.
  9. ⓐ와 ⓑ는 두 가지 처세법이 아니라 큰 공간과 그 안의 작은 임시 거처를 나타낸다.
  10. 글쓴이는 성현의 도를 알지만 실제로는 걱정과 분개를 키우는 모순을 보인다.
  11. ‘속에서 일어나는 불’은 스스로 키우는 분노와 근심을 비유한다.
  12. 과객의 반문은 글쓴이의 자기모순을 직시하게 한다.
  13. 과객의 말은 경험담→일반화→직접 조언의 순서로 전개된다.
  14. 결말의 기문 작성은 과객의 조언을 수용했다는 증거이다.
  15. 주제는 ‘외적 조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성찰의 중요성’이다.

클릭형 변형문제 10제

1. 박 넝쿨을 심은 뒤 나타난 변화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④

박 넝쿨은 더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컴컴하고 습한 환경을 만들어 또 다른 고통을 낳는다.

하이틴 패션 매거진 틴니크 청소년 피팅모델 모집
하이틴 패션 매거진 틴니크 청소년 피팅모델을 찾습니다!

2. 과객이 머슴과 종의 삶을 이야기한 목적은?

정답 ②

같은 불편한 여관에서도 머슴과 종은 편안히 지낸다는 대비가 글쓴이의 인식 전환을 유도한다.

3. ‘세상은 여관’이라는 비유의 핵심 의미는?

정답 ⑤

과객은 현재의 열악한 처지를 영원한 것으로 절대화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4. 과객이 글쓴이의 태도를 문제 삼는 이유는?

정답 ①

이 작품의 중요한 비판점은 ‘아는 것’과 ‘실제로 사는 것’ 사이의 간극이다.

5. 과객의 경험담이 수행하는 기능은?

정답 ③

객지 여관 경험이 보편적인 삶의 교훈으로 확장된다.

6. ‘여관 속의 여관’이 가리키는 것은?

정답 ④

큰 여관은 세상, 그 안의 작은 여관은 글쓴이의 현재 거처이다.

7. 결말에서 과객의 말을 벽에 적은 행위의 의미는?

정답 ①

기문 작성은 글쓴이의 인식 전환이 실제 기록 행위로 이어진 결과이다.

8. 머슴과 종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 ⑤

과객은 머슴과 종을 ‘무식하고 무지’하다고 한다. 작품은 학문적 이해가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주목한다.

9. 글쓴이의 질병과 관련해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정답 ②

‘속에서 일어나는 불’과 ‘원기를 해친다’는 표현이 심리적 소모를 강조한다.

10. 이 작품의 중심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③

머슴·종의 태도, 여관 비유, 글쓴이의 성찰이 모두 이 주제로 수렴한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