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문학 미래엔(방민호) · 4. 문학과 우리의 삶 · (1) 문학을 통한 성찰과 소통
김금희 「선의를 믿는 것의 어려움」 교과서 수록 원문·상세 해설 및 변형문제
타인의 선의를 쉽게 믿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을 듣고 신뢰할 수 있는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일상의 경험을 통해 성찰한 수필입니다.
교과서 수록 작품 전체 원문
몸이 축나서 한의원을 다녔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그 한의원은 여간해서는 약을 지어 주지 않는 곳이었다. 그 뒤로 누가 안부를 물으면 한의원을 다니고 있다고, 여간해서는 약을 짓지 않는 곳이라고 대답했는데 그 말에 대한 사람들 반응이 흥미로웠다. 그러면 상당수가 침이나 뜸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겠구나, 하며 넘겨짚었기 때문이다. 내 말은 그곳에서는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부러 한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었는데, 그런 상황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는 몇몇이 있긴 했다. 그나마 판단을 미루고 무언가를 더 확인해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처방을 원해서 온 사람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돌려보내기도 하는 것. 그런 원칙은 한의원 운영에 현실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찾아온 사람으로서는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 그것을 어떤 선의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요즘 그런 선의는 아주 드문 것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떠올릴 수 없고 상상하기도 힘드니 아마 믿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하기는 타인에게 선의가 있음을 선뜻 믿기에는 세상이 나쁜 게 사실이다. 부모님에게 선물하라고 꾀더니 허가도 나지 않은 재료로 약을 만들어 팔지 않나, 당신이 돈을 잃게 될까 봐 그런다며 접근해서는 은행 직원, 경찰 등을 사칭해 돈을 털어 가지를 않나. 그렇게 함량 미달의 제품을 속여 팔거나 보이스 피싱을 하는 건 이제 흔하디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빤한 속임수에 왜 넘어가느냐고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런 세상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어떤 윤리나 합의보다는 음모론적 시각이 현실 판단의 기준이 된다.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것, 그 이면에 숨은 악의가 있고, 그런 악의를 간파하지 않으면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는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 그렇다면 불신과 불의가 모든 행동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의 선의를 믿는 일이란 좀 과장하면 일종의 모험이 아닐까. 믿음으로써 입게 될 손해를 감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현실이 이러니 우리의 불신을 그저 탓할 수만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탓할 수 없다고 해서 옳거나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 전 여섯 살 조카가 유치원 통학 버스에서 아주 기분 좋은 얼굴로 내렸다. 선생님과 같은 자리에 앉아 와서 그런가 싶어 물어보니 말간 얼굴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이랑 뭘 하면서 왔는데?”, “얘기하면서 왔지.”, “무슨 얘기 했는데?” 조카는 신이 나서 선생님이랑 나눈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점심시간에 누구랑 싸우지 말고, 수업 시간에는 서 있지 말며, 무슨 시간에는 돌아다니지 말고, 통학 버스를 기다릴 때는 장난치지 말라는 지적과 당부였다. 결국 조카는 버스에서 오는 내내 혼이 난 것에 가까웠는데 뭐가 저렇게 얼굴이 환할 정도로 즐거울까.
그러다 조카는 어쩌면 겉으로 드러난 말 대신 선생님의 선의를 들으며 왔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조카가 그렇게 들을 수 있었던 데는 진심이 잘 전달되도록 표현한 선생님의 능력이 있었겠지만 아무리 그렇게 표현해도 듣지 않고 믿지 않으면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렇게 타인의 선의를 듣고 신뢰할 수 있는 힘,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을 그 힘을 우리는 언제부터 잃어버리고 만 걸까. 나는 “응응, 나 좋았겠지? 좋았겠지?” 하는 조카를 보고 있다가 그 손을 쥐어 보았다. 믿을 수 없게 조그맣고 보드랍고 연약했지만 그 아이가 쥐고 있는 세상은 어쩐지 내 것보다 크고 깊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작품 개괄
제재 한의원 진료를 받는 일, 조카와 유치원 선생님의 대화
주제 타인의 선의를 믿는 힘의 필요성
글쓴이는 아주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한의원 이용 경험과 여섯 살 조카의 일상적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그 이유를 이해하려 하면서, 선의를 믿기 어려운 사회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마지막에는 타인의 진심을 듣고 신뢰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작품 구성과 사고의 흐름
| 부분 | 내용 | 의미 |
|---|---|---|
| 처음 | 여간해서는 약을 짓지 않는 한의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함. | 타인의 선의를 쉽게 상상하지 못하는 현실을 발견함. |
| 중간 | 사기·보이스 피싱 등으로 선의를 믿기 어려워진 사회를 성찰함. | 불신이 생긴 현실적 이유를 인정하지만, 그것이 옳거나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함. |
| 끝 | 선생님의 지적과 당부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조카의 일화를 떠올림. | 겉으로 드러난 말 너머의 선의를 듣고 신뢰하는 힘의 필요성을 깨달음. |
한의원 이야기와 ‘선의’
‘여간해서는 약을 짓지 않는 한의원’이라고 하자 상당수는 침이나 뜸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고 넘겨짚습니다. ‘필요 없는 사람에게 약을 쓰지 않는 곳’이라는 가능성을 쉽게 떠올리지 못합니다.
일부는 “왜 그러느냐”고 묻습니다. 글쓴이는 이를 성급히 단정하지 않고 무언가를 더 확인하려는 태도로 바라봅니다.
처방을 원해서 찾아온 환자라도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약을 쓰지 않습니다. 한의원 운영에는 경제적으로 불리할 수 있지만 환자는 불필요한 지출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요즘 사회에서는 선의 자체가 드물어졌을 뿐 아니라 선의를 믿는 일도 어려워졌다고 느낍니다.
선의를 믿기 어려운 사회
글쓴이는 사람들의 불신을 단순히 비난하지 않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재료로 만든 약을 속여 팔거나, 은행 직원·경찰 등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는 보이스 피싱처럼 타인의 믿음을 악용하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사실보다 그 이면에 악의가 숨어 있다고 전제하고, 그 악의를 간파하지 못하면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이 현실 판단의 기준이 되는 태도입니다.
타인을 믿었을 때 손해를 볼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불신을 탓할 수 없다고 해서 옳거나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습니다.
조카와 선생님의 일화
점심시간에 싸우지 말기, 수업 시간에 서 있지 말기, 돌아다니지 말기, 통학 버스를 기다릴 때 장난치지 말기 등 대부분 지적과 당부입니다.
글쓴이는 조카가 단순한 꾸중이 아니라 자신을 걱정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선의를 들으며 왔다고 이해합니다.
진심이 잘 전달되도록 표현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표현해도 상대가 듣고 믿으려 하지 않으면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타인의 선의를 듣고 신뢰하는 힘이 살아 있는 세계를 의미합니다. 글쓴이는 그 세계를 자신의 것보다 “크고 깊고 단단하게” 느끼며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타자 이해와 소통의 태도
교과서 학습 활동 핵심
| 활동 | 핵심 답안 |
|---|---|
| 한의원에 대한 상당수 사람들의 반응 | 침이나 뜸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라고 넘겨짚음. |
| 일부 사람들의 반응 | 왜 그러느냐고 물으며 판단을 미루고 더 확인하려 함. |
| 글쓴이의 타자에 대한 태도 | 사람들의 반응이 자신과 다른 이유를 서술하면서 그들을 포용적으로 이해함. |
| 조카가 기분 좋았던 이유 | 겉으로 드러난 지적과 당부보다 선생님의 선의를 들으며 왔기 때문. |
| ‘아이가 쥐고 있는 세상’ | 타인의 선의를 듣고 신뢰하는 힘이 존재하는 세상. |
| 작품이 강조하는 소통 | 다른 사람의 진심과 선의를 헤아리고 이해하며 신뢰하려는 태도. |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한다 → O / 선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한다 → X / 조카는 선생님을 신뢰한다 → O / 글쓴이는 선생님의 말을 지적과 당부라고 본다 → O / ‘아이가 쥐고 있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 O
비교 감상
여행에서 만난 시골 할머니의 순후하고 질박한 인정에서 위로와 깨달음을 얻는 수필입니다. 낯선 사람의 선한 마음을 받아들이고 타자와 소통한다는 점에서 연결됩니다.
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타인의 독특한 삶과 실존적 가치를 이해하게 되는 소설입니다. 다른 삶을 자신의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시험 출제 포인트 20
- 갈래: 현대 수필·경수필.
- 성격: 성찰적·일상적.
- 제재: 한의원 진료 경험, 조카와 유치원 선생님의 대화.
- 주제: 타인의 선의를 믿는 힘의 필요성.
- 한의원은 필요 없는 사람에게 굳이 약을 쓰지 않음.
- 한의원의 선의: 환자의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 줌.
- 상당수 사람들은 ‘침이나 뜸을 전문으로 한다’고 넘겨짚음.
- 일부 사람들은 판단을 미루고 이유를 더 확인함.
- 사기와 보이스 피싱은 선의를 믿기 어려운 현실의 구체적 사례.
- 피해자를 오히려 탓하는 상황까지 벌어짐.
- 음모론적 시각: 보이는 것 이면의 악의를 먼저 의심하는 태도.
- 불신과 불의가 행동의 우선순위가 될 수 있음.
- 선의를 믿는 일이 ‘모험’인 이유: 손해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 불신이 생긴 현실적 이유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옳거나 정당하다고 보지는 않음.
- 조카는 선생님의 지적과 당부를 선의로 받아들임.
- 선생님의 진심을 잘 전달하는 표현 능력도 중요함.
- 상대가 듣고 믿으려는 태도가 없으면 선의의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움.
- ‘아이가 쥐고 있는 세상’: 타인의 선의를 듣고 신뢰하는 힘이 있는 세계.
- 글쓴이는 타인의 반응을 포용적으로 이해하면서 자신의 견해도 분명하게 밝힘.
- 문학을 통해 타자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의 태도를 성찰할 수 있음.
클릭형 5지선다 변형문제 10제
1. 「선의를 믿는 것의 어려움」의 갈래와 성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 작품 개관은 이 작품을 현대 수필·경수필로 분류하고, 성찰적·일상적 성격을 제시합니다.
2. 작품의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주제를 ‘타인의 선의를 믿는 힘의 필요성’으로 정리합니다.
3. 사람들이 ‘여간해서는 약을 짓지 않는 한의원’이라는 말을 듣고 보인 대표적 반응은?
작품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침이나 뜸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고 넘겨짚습니다.
4. 글쓴이가 한의원의 행동을 ‘선의’라고 본 까닭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한의원은 처방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약을 쓰지 않습니다. 글쓴이는 이를 환자의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 주는 선의로 봅니다.
5. 글쓴이가 ‘타인의 선의를 선뜻 믿기에는 세상이 나쁜 게 사실’이라고 한 근거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작품은 사기와 기만의 사례를 들어 선의를 믿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합니다. 타인의 말을 신뢰하려는 태도는 그 반대에 해당합니다.
6. ‘누군가의 선의를 믿는 일이란 … 일종의 모험’이라는 말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글쓴이는 선의를 믿는 일이 잘못된 믿음으로 인한 손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므로 모험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7. 조카가 선생님에게 여러 지적과 당부를 들었는데도 기분이 좋았던 까닭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글쓴이는 조카가 선생님의 지적과 당부를 꾸중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선의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고 이해합니다.
8. ‘아이가 쥐고 있는 세상은 … 내 것보다 크고 깊고 단단하게 느껴졌다’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아이가 쥐고 있는 세상’을 타인의 선의를 듣고 신뢰하는 힘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이해합니다.
9. 글쓴이의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글쓴이는 불신이 생긴 현실적 이유를 인정하지만, 그것이 옳거나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10. 작품의 구성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처음의 한의원 경험, 중간의 불신 사회에 대한 성찰, 끝의 조카와 선생님 일화를 중심으로 작품 구성을 정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