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문학 지학사 · 3. 한국 문학의 성격과 흐름 · (1) 서정 갈래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교과서 수록 원문·상세 해설 및 변형문제
부당한 권력과 사회 현실에는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면서 식당 주인이나 야경꾼 같은 힘없는 사람들과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는 자신의 소시민성을 통렬하게 자조하고 반성한 참여시입니다.
교과서 수록 지문 전체 원문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이발쟁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작품 개괄
소재 소시민적 삶
주제 부당한 사회 현실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반성
이 작품은 1960년대를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심문하는 시입니다. 화자는 ‘왕궁의 음탕’, 문인·언론 탄압, 월남 파병과 같은 본질적인 사회 문제에는 정정당당하게 발언하지 못하면서, 갈비의 비계나 몇십 원의 돈처럼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자신을 ‘옹졸하고 비겁한’ 소시민으로 규정합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자기반성이 독자에게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7연의 구성과 자기반성의 심화
| 연 | 핵심 내용 |
|---|---|
| 1연 | 본질적인 ‘왕궁의 음탕’ 대신 음식점의 사소한 일에 분개하는 자신을 자조함. |
| 2연 | 언론 자유·월남 파병 같은 본질적 문제에는 행동하지 못하고 야경꾼만 증오하는 자신을 반성함. |
| 3연 | 포로수용소 시절의 일화를 떠올리며 옹졸한 소시민성이 오래된 ‘전통’처럼 체질화되었음을 확인함. |
| 4연 | 현재의 반항도 과거의 사소한 행위와 다르지 않으며 자신이 무기력하다고 인식함. |
| 5연 | 불의에 항거하는 ‘절정’에서 비켜서 있는 자신의 비겁함을 분명하게 자각함. |
| 6연 | 힘 있는 자에게는 못하고 힘없는 자에게만 반항하는 비겁함을 구체적으로 폭로함. |
| 7연 | 모래·바람·먼지·풀보다도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자신을 낮추며 극단적인 자기반성을 이어감. |
‘본질적인 것’과 ‘본질적이지 않은 것’의 대립
|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 | 비본질적이고 사소한 일 |
|---|---|
| 왕궁의 음탕, 즉 권력의 부도덕성과 탐욕에 분노하기 | 갈비에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기 |
|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 언론의 자유 요구하기 | 설렁탕집 주인에게 욕하기 |
| 월남 파병에 반대하기 | 포로수용소에서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 접는 일을 문제 삼기 |
| 땅 주인·구청 직원·동회 직원처럼 권력과 힘을 가진 자에게 항거하기 | 이발쟁이·야경꾼처럼 힘없는 사람에게 화내기 |
‘절정 위에 서 있는 것’은 부조리한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삶이고,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는 것’은 불의에 방관자적으로 대응하는 소시민의 비겁한 삶입니다.
주요 시구·연별 심층 해설
시 전체를 관통하는 자조적 질문입니다. 화자는 자신의 분노 자체보다 분노의 방향을 문제 삼습니다. 큰 부조리에는 침묵하고 만만한 대상에게만 분노하는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 심판합니다.
제목의 ‘고궁’에서 현실의 ‘왕궁’을 연상하고, 다시 ‘왕궁의 음탕’으로 나아갑니다. 이는 권력층의 부도덕·탐욕과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부정적 현실을 뜻하는 핵심 시어입니다.
1960년대의 정치적 억압과 국제적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일상적·시사적 소재입니다. 화자가 실제로 발언하고 저항했어야 할 ‘본질적인 일’로 제시됩니다.
‘전통’, ‘유구하다’처럼 본래 긍정적이고 장엄한 맥락에 쓰이는 말을 자기의 옹졸함에 붙이는 반어적·자조적 표현입니다. 자신의 소시민성이 일시적 실수가 아니라 오래 체질화된 삶의 방식임을 폭로합니다.
남자가 간호사들과 스펀지와 거즈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놀림받았던 경험을 떠올립니다. 지금의 반항도 그처럼 사소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각으로 연결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자기비판의 근거가 됩니다.
아주 작은 자극에도 휘둘리는 무기력한 자신의 상태를 드러냅니다. 평범한 일상이 ‘가시밭’처럼 느껴질 만큼 화자는 정신적으로 약하고 위축되어 있습니다.
행간 걸침을 통해 ‘서 있지 / 않고’를 분절하여, 자신이 불의에 맞서는 한복판에 서지 못했다는 인식을 강조합니다. 이어 ‘조금쯤’이라는 표현을 반복하지만 결국 그것을 ‘비겁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규정합니다.
금액을 줄여 나가는 점강법으로 반항의 대상이 얼마나 사소한지를 부각합니다. ‘1원 때문에’를 다시 반복하며 자신의 모습이 ‘우습다’고 스스로 조롱합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자연물을 차례로 불러 자신과 비교합니다. 화자는 그보다도 더 작은 존재라고 느끼며 자기 왜소함을 극대화합니다. 마지막 말줄임표는 반성과 자조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비속어·일상어와 ‘해사체’
교과서는 김수영의 문체를 전통적인 시적 문체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해사체와 연결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고상한 시어 대신 일상에서 실제로 쓰이는 말과 비속어가 그대로 들어옵니다.
| 유형 | 예 | 효과 |
|---|---|---|
| 비속어·악담 |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 | 자신의 속되고 소시민적인 면모를 숨김없이 드러내 자기풍자와 자기비판을 강화함. |
| 비시적 일상 언어 | 50원짜리 갈비, 20원·10원·1원, 스펀지, 거즈 | 현실의 구체성을 높이고 시어와 일상어의 경계를 허물며 현실 참여적 태도를 강화함. |
아름답게 꾸민 말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의 속물성과 비겁함을 정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과 세계를 바로 응시하고, 세상의 허위와 부조리를 비판할 수 있게 합니다.
1960년대 현실과 참여시
교과서는 4·19 혁명이 1960년대 문학의 현실 인식에 큰 전환을 가져왔다고 설명합니다. 혁명의 열정은 자유와 민권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이후 5·16을 거치며 혁명 정신이 퇴색하고 언론·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는 현실이 이어졌습니다.
김수영은 이러한 현실에서 문학이 단순한 감상이나 미적 장식에 머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거대한 현실을 직접 영웅적으로 규탄하기보다, 오히려 그 현실에 맞서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소시민성을 먼저 고발함으로써 현실 참여의 윤리적 출발점을 마련합니다.
교과서 학습 활동 핵심
| 활동 | 핵심 내용 |
|---|---|
| 본질적인 일 | 왕궁의 음탕에 분노하기,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 언론 자유 요구하기, 월남 파병에 반대하기, 힘 있는 자에게 항거하기. |
| 사소한 일 | 갈비의 비계에 분개하기, 스펀지·거즈를 접는 일을 문제 삼기, 이발쟁이나 야경꾼에게 몇십 원 때문에 화내기. |
| ‘절정’의 의미 | 불의에 항거하는 한복판. 화자가 추구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비켜서 있는 자리. |
| 화자의 태도 | 부조리한 현실에는 저항하지 못하면서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자조와 자기반성. |
| 해사체의 효과 | 비속어·일상어로 속물적 자아를 정직하게 드러내고 자기풍자와 현실 비판의 힘을 높임.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와 비교
| 항목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
| 시대 | 모두 1960년대의 암울하고 억압적인 현실을 배경으로 함. | |
| 시대 현실 표현 | ‘붙잡혀 간 소설가’, ‘언론의 자유’, ‘월남 파병’ 같은 일상적·구체적 시어로 직설적으로 표현함. | ‘먹구름’, ‘쇠 항아리’, ‘하늘’ 같은 상징적 시어로 억압과 자유를 형상화함. |
| 화자의 태도 | 현실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자신의 옹졸함을 자조하고 반성함. | 억압적 현실을 바르게 인식할 것을 촉구하고 적극적인 현실 극복 의지를 드러냄. |
두 작품 모두 시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시 속에 끌어들이며, 문학이 현실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시험 출제 포인트 20
- 갈래는 자유시·서정시·참여시이다.
- 성격은 자조적·비판적·반성적이다.
- 소재는 소시민적 삶이다.
- 주제는 부당한 사회 현실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적 삶에 대한 반성이다.
- 독백적 어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 ‘왕궁의 음탕’은 권력의 부도덕성과 탐욕을 뜻한다.
- 50원짜리 갈비와 설렁탕집 주인에 대한 분개는 사소하고 비본질적인 일에 대한 분노이다.
- 붙잡혀 간 소설가·언론의 자유·월남 파병은 본질적인 현실 문제이다.
- 야경꾼에 대한 증오는 힘없는 사람에게만 분노하는 화자의 비겁함을 보여 준다.
-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는 자신의 소시민성이 오래 체질화되었음을 자조적으로 표현한다.
- 포로수용소의 일화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옹졸한 삶의 근거를 제시한다.
- ‘개의 울음소리’, ‘애놈의 투정’, ‘은행나무 잎’은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무기력을 드러낸다.
- ‘절정’은 불의에 항거하는 한복판을 의미한다.
-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는 방관자적이고 비겁한 태도를 나타낸다.
- 5연의 행간 걸침은 불의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를 강조한다.
- 20원→10원→1원의 점강법은 반항의 대상이 얼마나 사소한지를 부각한다.
- 비속어와 비시적 일상 언어는 속물적 자아를 정직하게 드러내 자기풍자를 강화한다.
- 모래·바람·먼지·풀은 작고 보잘것없는 자연물로, 화자의 왜소함을 강조하는 비교 대상이다.
- 마지막 말줄임표는 자조적 인식과 자기반성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와 함께 1960년대 참여시가 현실에 대응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 준다.
클릭형 5지선다 변형문제 10제
1.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갈래와 성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 작품 개관은 이 작품을 자유시·서정시·참여시로 보고, 자조적·비판적·반성적 성격을 제시합니다.
2. ‘왕궁의 음탕’이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왕궁의 음탕’을 권력자들의 부도덕성과 탐욕으로 설명하며, 화자가 정면으로 분개해야 할 본질적인 현실 문제로 봅니다.
3. 1연에서 50원짜리 갈비와 설렁탕집 주인에게 분개하는 모습을 제시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이 시의 핵심 대비는 본질적인 문제와 비본질적인 사소한 문제입니다. 화자는 자신의 잘못된 분노 방향을 스스로 비판합니다.
4. ‘붙잡혀 간 소설가’, ‘언론의 자유’, ‘월남 파병’이 작품에서 하는 역할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이 소재들을 화자가 행동했어야 할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들’로 분류합니다.
5.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 않고”에서 ‘절정’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절정’을 불의에 항거하는 한복판으로 풀이합니다. 화자는 자신이 그 자리에 서지 못한 것을 비겁하다고 인식합니다.
6.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에서 두드러지는 표현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0원→10원→1원으로 줄어드는 점강법은 화자의 반항 대상이 얼마나 하찮고 사소한가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7.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 등의 비속어를 사용한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비속어·악담·비시적 일상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해사체가 자기풍자와 정직한 자기비판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8.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화자는 모래·바람·먼지·풀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더 작고 왜소한 존재로 낮춥니다. 이는 극단적인 자기반성의 표현입니다.
9.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와 비교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두 작품 모두 1960년대 현실을 반영하지만, 시대 형상화 방식과 화자의 대응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10. 이 작품의 마지막 말줄임표가 갖는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 작품 개관은 말줄임표를 통해 자신에 대한 자조적 인식과 반성이 지속될 것임을 표현한다고 설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