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문학 지학사 ·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 (1)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박태원 「천변 풍경」 교과서 수록 원문·상세 해설 및 변형문제
시골 가평에서 서울로 올라온 소년 창수의 시선을 따라 1930년대 서울의 세태와 근대적 도시 풍경을 영화적인 서술 기법으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교과서 수록 지문 전체 원문
제3절 시골서 온 아이
소년은, 드디어, 그렇게도 동경해 마지않던 서울로 올라오고야 말았다. 청량리를 들어서서 질펀한 거리를 달리는 승합자동차의 창 너머로, 소년이 우선 본 것은 전차라는 물건이었다. 시골 ‘가평’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것이, 그야, 전차 한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그는, 지금 곧, 우선 저 전차에 한번 올라타 보았으면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감격을 일일이 아랑곳하지 않고, 동관 앞 자동차부에서 차를 내리자, 그대로 그를 이끌어 종로로 향한다.
소년은 한길 한복판을 거의 쉴 사이 없이 달리는 전차에 신기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싶게 올라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머리에, 등덜미에, 잠깐 동안 부러움 가득한 눈을 주었다.
“아버지. 우린, 전차, 안 타요?”
“아, 바루 저긴데, 전찬 뭣 하러 타니?”
아무리 ‘바로 저기’라도, 잠깐 좀 타 보면 어떠냐고, 소년은 적이 불평이었으나, 다음 순간, 그는 언제까지든 그것 한 가지에만 마음을 주고 있을 수 없게, 이제까지 시골구석에서 단순한 모든 것에 익숙해 온 그의 어린 눈과 또 귀는 어지럽게도 바빴다.
전차도 전차려니와, 웬 자동차며 자전거가 그렇게 쉴 새 없이 뒤를 이어서 달리느냐. 어디 ‘장’이 선 듯도 싶지 않건만, 사람은 또 웬 사람이 그리 거리에 넘치게 들끓느냐. 이 층, 삼 층, 사 층…… 웬 집들이 이리 높고, 또 그 위에는 무슨 간판이 그리 유난스레도 많이 걸려 있느냐.
시골서, ‘영리하다’, ‘똑똑하다’, 바로 별명 비슷이 불려 온 소년으로도, 어느 틈엔가, 제풀에 딱 벌어진 제 입을 어쩌는 수 없이, 마분지 조각으로 고깔을 만들어 쓰고, 무엇인지 종잇조각을 돌리고 있는 사나이 모양에도, 그의 눈은, 쉽사리 놀라고, 수많은 깃대잡이 아이놈들의 앞장을 서서, 몽당수염 난 이가 신나게 부는 날라리 소리에도, 어린이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게 들떴다.
몇 번인가 아버지의 모양을 군중 속에 잃어버릴 뻔하다가는 찾아내고, 찾아내고 한 소년은, 종로 네거리 굉대한 건물 앞에 이르러, 마침내, 아버지의 팔을 잡았다.
“예가 무슨 집이에요, 아버지.”
“저, 화신상……, 화신상이란 데야.”
“화신상요? 그래, 아무나 들어가요?”
“그럼, 아무나 들어가지.”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지금 그 안에 들어갈 것을 허락지 않았다. 그는 겨우내 생각하고 또 생각한 나머지, “마소 새끼는 시골로, 사람 새끼는 서울로.”의 속담을 그대로 좇아, 아직 나이 어린 자식의 몸 위에 천만 가지 불안을 품었으면서도, ‘자식 하나, 사람 만들어 보겠다’고, 이내 그의 손을 잡고 ‘한성’으로 올라온 것이다. 지난번 올라왔을 때 들르지 못한 화신 상회에, 자기 자신 오래간만이니 잠깐 들어가 보고도 싶었으나, 그는, 자식의 앞길을 결정하는 사무가 완전히 끝나기까지, 자기의 모든 거조가, 그렇게도 긴장되고, 또 경건하기를 바랐다.
청계천 변, 한약국 주인 방에, 가평서 올라온 부자는 주인 영감과 마주 대하여 앉았다.
“얘가 자제요니까?”
“네…… 얘, 인사 여쭤라.”
창수는 나이를 묻는 주인 영감의 물음에 대신 답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느낀다.
“문간에 나가 구경이래두 허렴. 어디 먼 데는 가지 말구…….”
그리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만 무슨 은근한 이야기가 있으려는지, 새로이들 궐련을 피워 물었다.
소년은 곧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리고 신기롭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가평이 아니라 서울이다. 나는 그렇게도 오고 싶어 마지않았던 서울에 기어코 오고야 말았다 ─ 이 생각이 소년의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그 모든 것에 감격을 주었다. 아무리 시골서 처음 올라온 소년의 마음에라도, 결코 그다지는 신기로울 수 없고, 또 아름다울 수 없는 이곳 ‘천변 풍경’이, 오직 이곳이 서울이라는 그 까닭만으로, 그렇게도 아름다웠고, 또 신기하였다.
창수는, 우선, 개천 속 빨래터로 눈을 주었다. 한 이십 명이나 모여든 빨래꾼들, 그들의 누구 하나 꺼리지 않고 제멋대로들 지절대는 소리와, 또 쉴 사이 없이 세차게 놀리는 방망이 소리가, 그의 귀에는 무던히나 상쾌하다.
그는 눈을 들어, 이번에는 빨래터 바로 위 천변의, 나무장 간판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윷을 놀지 않는 젊은이들이, 철망 친 그 앞에 앉아서들 잡담을 하고, 더러는 몸들을 유난스러이 전후좌우로 놀려 가며, 그것은 또 무슨 장난인지, 서로 주먹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한다. 그것이 ‘권투’라는 것의 연습임을 배운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거니와, 그러한 장난도 창수의 눈에는 퍽 재미스러웠다.
그러한 소년의 눈에, 천변을 오고 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 모두가, 한결같이 잘나만 보이는 것도 또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아니냐. 임바네스 입은 민 주사며, 중산모 쓴 포목전 주인이며, 인력거 위에 날아갈 듯이 앉아 있는 취옥이며, 그러한 모든 사람은 이를 것도 없거니와 다리 밑에 모여서들 지껄대고, 툭 치고, 아무렇게나 거적 위에가 뒹굴고, 그러는 깍정이 떼들도, 이곳이 결코 시골이 아니라 서울일진댄, 그것들은 또 그만큼 행복일 수 있지 않느냐.
더구나, 소년은, 줄창, 이곳에만 있어, 오직 이곳 풍경만 사랑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암만 좋은 구경이래도, 밤낮 본다면 물리고 만다…….’
그러나 이제 창수는 ‘화신상’도 가 볼 수 있고, ‘전차’도 탈 수 있고, 옳지, 또 가만히 서만 있어도 삼 층 꼭대기, 사 층 꼭대기로 데려다준다는 ‘승강기’라는 것이 있다지 않나. 수길이 말을 들으면, 머리가 어찔하게 현기증이 나더라지만, 그것은 타는 법을 몰라 그럴 것이다.
‘눈을 꼭 감고만 있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
창수는, 말로만 들었지 정작 눈으로 본 일은 없는 ‘승강기’라는 물건을, 잠깐 머릿속에 아무렇게나 만들어 보느라 골몰이었으나, 어느 틈엔가 제 곁에 서너 명의 아이들이 모여 선 것을 깨닫고, 그들을 둘러보았다.
“얘가 시굴 아이다, 시굴 아이야.”
칠팔 세나 그밖에 더 안 된 아이가, 옆에 있는 아이들을 둘러보고 그렇게 말하니까, 모두 고만고만한 또래의 딴 아이들이,
“그래 시굴 아이야, 시굴 아이…….”
저마다 연방 고개를 끄떡이고, 열한두 살이나 그렇게 된 계집아이 등에 업혀 있는 두세 살 된 갓난애조차, 잘 안 돌아가는 혀끝을 놀리어,
“시구라, 시구라.”
하고, 빤히 저를 쳐다보는 것에, 소년은 그러한 것에도 쉽사리 붉어지는 제 얼굴을 아무렇게도 하는 수 없이, 문득, 등 뒤에서 요란스러이 울린 자전거 종소리에, 그만 질겁을 하여 한옆으로 허둥대며 비켜서는 꼴을 보고, 그 결코 그렇게는 놀라는 일이 없는 ‘서울 아이’들이, “하, 하, 하.” 하고 가장 재미있는 듯싶게 한바탕을 웃었을 때, 소년은 귀밑까지 새빨개 가지고 마음속에 끝없는 모욕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저를 비웃는 아이는, 옆에 모여 선 그 애들뿐이 아니다. 개천 건너 이발소 창 앞에 가 앉아, 저보다 좀 큰 아이가 아까부터 제 편만 지켜보고 있었던 듯싶어,
“하, 하, 하…… 녀석, 놀라기는…….”
하고, 그러한 말을 하더니, 눈이 마주치자,
“너, 약국에, 오늘 들왔구나?”
아주 어른같이 그러한 것을 묻는다. 창수는 또 변변치 못하게 얼굴을 붉히며, 가까스로 고개를 한 번 끄떡하고, 문득, 부모를 떠나 외따로이 이러한 곳에서 이제 어떻게 지내 가나 겁이 부썩 나며, 그저 아버지가 ‘전차’나 태워 주고, ‘화신상’이나 구경시켜 주고, 또 ‘승강기’ 있다는 데도 데리고 가 주고, 그러한 다음에, 같이 집으로나 다시 내려갔으면, 그러면 퍽 좋겠다고 침을 몇 덩어리나 삼키며, 저 혼자 속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소년이, 그렇게, 서울에서의 자기에 대하여, 눈곱만 한 자신도 가질 수 없을 때, 그러나, 아버지는, 단 하룻밤이라 같이 묵어 주는 일 없이, 그대로 무자비하게도 자기의 볼일만을 보러, 영등포라나 어디라나로 떠나 버렸으므로, 어린 창수는, 대체, 혼자서, 이제, 어찌하여야 좋을지, 끝없는 불안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야, 아버지는, 내일 아침 가평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이 한약국에를 들르마고, 그러한 말을 하였던 것이나, 그까짓 것이 그의 마음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는 것이 될 수는 없었다. 그래, 얼마 있다, 주인 영감이 ‘피죤’ 한 갑 사오라고 한 장의 일 원 지폐를 내어 주었을 때, 담배 가게가 어디 붙어 있는지, 우선 그것부터 모르는 창수는 고만한 심부름에도 애가 쓰였다.
돈을 두 손으로 받아 들고 밖으로 나오는 그의 등에다 대고, 주인 영감은 생각난 듯이 한마디 하였다.
“너, 담배 파는 데, 아니?”
“네.”
얼떨결에 그렇게 대답하고, 또 얼굴을 붉히며, 천변에 나와, 대체, 어디로 발길을 향해야 옳을지 분간을 못 하고 있었을 때,
“너, 심부름 가니?”
개천 건너 이발소 창 앞에 그저 앉아 있는, 아까 그 아이가 말을 또 걸어, 그래,
“응”
하고 대답하니까,
“뭐. 무슨 심부름.”
“담배.”
하니까, 마음씨는 착한 아이인 듯싶어,
“저기, 배다리 가게서 판다.”
일러 주는 그 말이, 이 경우의 창수에게는 퍽이나 고마웠다.
창수는 한달음에 다리 모퉁이 반찬 가게로 뛰어갔다.
“담배 한 갑 주세요. 마코요…… 아니, 저, 피죤요.”
아버지는 늘 마코만 태우신다. 구장 영감도 피죤을 태우는 것을 못 보았다.
‘쥔 영감’은 참말 부잔가 보다…… 창수는 썩 지전을 내놓았다.
주인 영감이 일 원 지폐를 그에게 주었던 것은, 혹은, 따로 잔돈이 있었으면서도, 그러한 간단한 셈이라도 소년이 칠 줄 아나 어떤가 시험해 보려는 그러한 마음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창수는, 그러나, 그러한 것에 서투르지 않다.
마침내, 그는, 한 갑의 담배와, 아홉 개의 백통전을, 주인 영감 책상머리에 갖다 놓고, 제 딴에는 무슨 크나큰 일이나 치른 듯이, 가만한 한숨조차 토하였던 것이나, 돈을 세어 보고 난 주인 영감이, 뜻밖에도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서, 가장 못마땅한 듯이 그의 얼굴을 면구스럽게 쳐다보며,
“너, 얼마 거슬러 온 거냐?”
한마디 말에, 그만 창수의 얼굴은 어처구니없이 붉어지고,
“구십, 구십 전이죠. 왜, 저…….”
변변하지 못하게 말소리조차 더듬어지는 것을, 제 자신, 어쩌는 수 없이,
“그래, 이게 구십 전야?”
주인 영감이 거의 음성조차 높여 가지고, 그의 눈앞에 내보이는, 그 거슬러 온 돈을 다시 한번 세어 보아도, 역시 틀림없이 아홉 푼이기는 하였으나, 성미 급하게 주인 영감이 마침내 집어서 보여 주는 그중의 한 푼은, 둘레는 거의 십 전짜리만이나 하였어도, 역시 틀림없는 오 전짜리 백통전이 분명하였다.
창수는 얼굴이 무섭게까지 새빨개 가지고, 대체, 이제 어찌해야 좋을 것인지, 어림이 도무지 서지 않았다. 이제까지 시골에 있어서도, 그는 이러한 경우를 당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러한데, 이곳은, 더구나, 누구라 하나 아는 사람을 가지지 못한 서울 한복판이 아니냐? 소년은 금방 울 것 같은 마음으로 오 전짜리 백통전을 내려다보며, 얼마 동안을 바보같이 그곳에 서 있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좋았다. 대체, 이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여야만 옳은 것인지, 우선, 그것만 알아낼 수 있더라도 당장 살 것 같았다.
그러하였던 까닭에, 그때 옆에서 장부를 뒤적거리고 있던 홍 서방이, 비로소 말참견을 하여
“어여, 가게 한 번, 다시 갔다 오너라.”
일러 주었을 때, 창수는, 오직 그 말 한마디로 금시에 소생이나 하고 난 듯이, 가만히 숨 쉬고, 부리나케 다시 가게로 달음질쳐 갔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창수가, 자신 없이, 그것도 더듬어 가며 하는 말을, 반찬 가게 주인은 결코 끝까지도 들어 주지 않았다.
“얘, 어림두 없는 소리는, 허지두 말어라.”
눈을 부라리며 한마디 하였을 뿐으로, 다음은, 마침 무엇을 사러 나온 칠성 아범을 보고, 자기가 이 장사를 열네 해를 하였어도, 이제까지, 단 ‘고린전’ 한 푼 셈을 틀려 본 일이 없었노라고, 그것을 역설하여, 단순한 민 주사 집 하인의 찬동을 어렵지 않게 얻었다.
창수는, 비애와, 애원과, 원망과…… 그러한 온갖 감정이 뒤범벅을 한 눈을 들어, 얼마 동안 가게 주인의 얼굴만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것이 이 경우에 아무런 보람도 있을 턱 없이, 그대로 하는 수 없는 발길을 옮겨 다시 약국 앞에까지 왔던 것이나, 그냥 문 안으로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는 채, 담에 시름 없이 몸을 기대서려니까, 이제까지 목구멍 너머에 눌러두었던 울음이, 바로 제때나 만난 듯이 복받쳐 올랐다.
고생이 되어도 좋다고, 어떠한 일이든지 하겠다고, 그저 서울로만 보내 달라고, 어머니며, 아버지를 졸랐던 어제까지의 자기가 자꾸 뉘우쳐졌다. 아버지가 볼일 보러 간 곳이 대체 어디쯤인지, 만약 찾아갈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리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하소하면, 아버지는,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반드시 ‘자기의 편’일 것으로, 어린 아들을 좀 더 고생시키는 일 없이, 다시 손을 이끌고 시골로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차 시간이 촉박하여, 단 오 분이라도 지체할 수가 없다고, 분주하게 약국에를 들른 아버지는, 결코, 창수에게 그러한 말을 할,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저, 주인 영감에게 향하여,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자식을, 잘 좀 나무라 주시고, 지도해 주시어, 어떻게 사람이 되게 해 주십사고, 그러한 것을 또 당부하였고, 창수에게는, 그저 매사를 주인어른 말씀대로만 꼭 해야 한다고, 집에 있을 때와는 다르니까,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그리고 또 몸 성히 잘 있어야 한다고, 집을 나오기 전에도 몇 번씩 당부하던 그 말을 또 한 번 되풀이하였을 뿐으로, 서투른 솜씨로 후추를 연질하고 있는 아들의 모양을, 잠깐 애달프게, 또 일종 미쁘게 내려다본 뒤,
“얘.”
하고 은근히 아들에게,
“그저 한시 쉬지 말구, 일을 부지런히 해야 헌다.”
그렇게 또 한 번 타이르고서는, 다만 대문간까지라도 아들이 따라 나올 것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아버지에게, 창수는 겨우 입을 열어,
“아버지, 안녕히 내려가세요.”
단 한마디 인사말을, 그것도 거의 들릴까 말까 하게 중얼거려 보았을 그뿐으로, 순간에 떠도는 눈물을, 남몰래 소매 끝으로 씻은 그 다음에, 얼른 다시 고개를 들어 보았을 때에는, 이미 아버지의 모양을 이 한약국 구석진 방에 찾을 수 없었다. 창수는 별 까닭 없이 잠깐 그 안을 둘러보고, 그리고, 이제 혼잣몸이 이곳에서 어떻게 지내 갈 것인가 — 문득, 끝없는 외로움과 또 애탐을, 그는 마음 깊이 느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작품 개괄
배경 1930년대 서울 청계천 주변
전체 주제 청계천 변 도시 서민들의 풍속과 세태, 삶의 애환
교과서 수록 부분 주제 시골에서 상경한 소년이 바라본 1930년대 서울 도심의 모습과 그에 대해 소년이 받은 인상
교과서 수록 부분은 전체 50절 가운데 제3절 「시골서 온 아이」입니다. 서울 생활을 동경해 온 창수가 한약방 사환으로 일하기 위해 상경하면서 처음 마주한 전차와 백화점, 청계천의 풍경, 서울 아이들의 놀림, 첫 심부름의 실패를 통해 ‘동경의 도시’와 ‘실제 생활의 도시’ 사이의 간극을 경험하는 과정이 중심입니다.
『천변 풍경』 전체의 삽화식 구성
『천변 풍경』은 일반적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일 사건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청계천 변을 중심으로 약 7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생활을 50절의 독립적인 일화로 이어 붙이는 삽화식·파노라마식 구성을 취합니다.
한 명의 주인공이나 하나의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기보다 ‘청계천 변’이라는 공간 안에서 동시에 살아가는 여러 계층·인물의 모습을 나란히 제시하여 1930년대 도시의 전체적인 세태를 보여 줍니다.
창수의 경험과 심리 변화
| 경험 | 창수의 심리 |
|---|---|
| 서울에 와 한약국에서 일하게 됨 | 서울에 대한 동경과 기대. |
| 전차·자동차·높은 건물·화신상 등을 봄 | 놀라움, 들뜸, 흥분. |
| 청계천 빨래터와 여러 사람을 둘러봄 | 신기함, 흥미로움, 재미, 기대감. |
| 서울 아이들에게 놀림받음 | 모욕감, 심리적 위축, 두려움. |
| 아버지가 떠나 혼자 남음 | 불안, 외로움. |
| 담배 심부름에서 잔돈을 잘못 받아 옴 | 난감함, 부끄러움, 원망, 뉘우침, 막막함. |
| 반찬 가게 주인에게 거절당함 | 비애, 애원, 원망이 뒤섞이고 울음이 터짐. |
| 아버지가 고향으로 돌아감 | 끝없는 외로움과 애탐. 스스로 서울 생활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함. |
‘카메라의 눈(camera-eye)’ 기법
교과서는 이 작품의 핵심 서술 기법으로 ‘카메라의 눈’을 제시합니다. 특정 인물의 눈을 통해 바라본 대상을 시선의 이동에 따라 보여 주면서, 영화의 카메라가 풍경을 훑듯 도시의 여러 모습을 빠르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포착하는 방식입니다.
창수의 시선은 개천의 빨래터 → 나무장 앞 젊은이들의 권투 연습 → 천변을 오가는 사람들 → 임바네스 차림의 민 주사 → 중산모 쓴 포목전 주인 → 인력거의 취옥 → 다리 밑 깍정이 떼로 계속 이동합니다.
① 1930년대 도시 풍경이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 생생하게 재현됩니다. ② 여러 계층의 생활 단면을 한꺼번에 포착하여 세태 소설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합니다. ③ 서술자의 직접적인 평가를 줄이고 관찰된 풍경 자체가 시대상을 말하도록 합니다.
쉼표를 활용한 긴 문장
작품에는 쉼표가 매우 빈번하게 사용됩니다. 이는 단순한 문체상의 버릇이 아니라 내용과 밀접하게 결합된 형식입니다.
창수의 눈과 귀에 새로운 문물과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상황을 쉼표로 계속 연결합니다. 독자는 짧게 호흡을 끊으면서도 한 문장을 따라 여러 장면을 연속적으로 접하게 되어, 낯선 대도시에 압도되는 창수의 감각과 서울 거리의 복잡성을 동시에 체험하게 됩니다.
‘담배 심부름’ 사건의 의미
시골에서 ‘영리하다’, ‘똑똑하다’는 말을 들어 온 창수는 간단한 셈에 자신이 있습니다.
십 전짜리와 비슷하게 생긴 오 전짜리 백통전을 구분하지 못해 거스름돈을 부족하게 받아 옵니다.
주인 영감은 단호하게 잘못을 지적하고, 반찬 가게 주인은 창수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자신의 실수를 부인합니다.
비애·애원·원망이 뒤섞이고 결국 약국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서울로 보내 달라고 부모에게 졸랐던 것을 후회합니다.
신기하고 아름답기만 했던 서울이 몰인정하고 두려운 생활 공간으로 바뀌는 계기이며, 순진한 시골 소년이 도시의 가치 질서에 적응해 가게 되는 성장·변모의 출발점입니다.
창수 아버지의 태도와 부성애
창수는 아버지가 냉정하게 자신을 홀로 남겨 두었다고 느끼지만, 교과서는 아버지의 행동에 강한 부성애가 담겨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들을 서울에서 배우고 생활하게 하여 제대로 성장시키고 성공시키고자 하는 당시의 도시 지향적 성공관이 드러납니다.
자신도 구경하고 싶지만 아들의 일자리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개인적 욕구를 미룹니다.
주인 영감의 말을 잘 듣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몸 성히 지내며, 쉬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고 반복합니다. 아들이 낯선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걱정과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드러납니다.
1930년대 서울과 세태 소설
| 구체적 소재 | 시대적 의미 |
|---|---|
| 전차·승합자동차·자전거 | 도시 교통과 근대 문명의 확산. |
| 화신상·승강기 | 백화점과 신식 소비 문화, 대도시 서울의 상징. |
| 한약국·이발소·반찬 가게 | 청계천 변의 상업 공간과 서민 생활. |
| 빨래터·깍정이 떼 | 근대화된 도시와 가난한 서민의 일상이 한 공간에 공존함. |
| 시골 출신을 놀리는 말 | 서울과 시골의 문화적 격차와 도시인의 우월 의식. |
세태 소설은 특정 시기의 사회 풍속과 생활상을 그리는 소설입니다. 『천변 풍경』은 실재의 거리·지형·건물·신문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청계천 변의 여러 삶을 특별한 영웅 없이 병렬적으로 묘사함으로써 1930년대 경성의 근대화와 서민 생활을 동시에 보여 줍니다.
교과서 학습 활동 핵심
| 활동 | 핵심 답안 |
|---|---|
| 창수의 출발점 | 서울에 대한 강한 동경과 기대를 가지고 한약국 사환이 되기 위해 상경함. |
| 서울 첫인상 | 전차·자동차·높은 건물·화신상 등 신문물에 놀라고 흥분함. |
| 천변을 본 심리 | 신기함·흥미로움·재미·기대. |
| 서울 아이들의 놀림 | 모욕감과 두려움, 심리적 위축. |
| 담배 심부름 | 잔돈을 잘못 받아 오며 난감함·부끄러움·원망·뉘우침을 느낌. |
| 아버지와의 이별 | 외로움과 애탐을 느낌. |
| 카메라의 눈 | 창수의 시선 이동을 따라 천변의 다양한 풍경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포착함. |
| 기법의 효과 | 과거 도시 풍경을 실감 나게 재현하고 당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 줌. |
엮어 읽기
작가 자신을 반영한 ‘구보’가 1930년대 경성 거리를 배회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열합니다. 도시 공간을 관찰하고 근대적 풍경을 포착하는 박태원의 실험적 서술 방식을 비교하기 좋습니다.
1980년대 농촌 사회의 권력 욕망과 세태를 방언·해학·상징적 소재로 풍자한 세태 소설입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세태를 어떤 형식으로 드러내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시험 출제 포인트 20
- 갈래는 장편 소설·세태 소설이다.
- 성격은 관찰적·삽화적이다.
- 기본 시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 배경은 1930년대 서울 청계천 주변이다.
- 전체 작품은 50절의 삽화식 구성으로 다양한 생활상을 병렬적으로 제시한다.
- 교과서 수록 부분의 중심 인물은 가평에서 상경한 창수이다.
- 창수는 한약국에서 일하기 위해 서울에 온다.
- 전차·자동차·자전거·화신상·승강기는 근대화된 서울을 보여 주는 소재이다.
- 창수는 처음 서울 문물에 놀라움·동경·흥분을 느낀다.
- 낯선 도시 사람들과의 접촉을 겪으며 창수의 기대는 위축과 두려움으로 바뀐다.
- 재봉이는 천변의 사람들과 사건을 관찰하고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 카메라의 눈 기법은 특정 인물의 시선을 따라 풍경과 인물을 연속적으로 제시한다.
- 빨래터에서 천변 사람들로 이동하는 시선은 영화적 촬영처럼 여러 단면을 포착한다.
- 쉼표가 많은 긴 문장은 대상과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여 주며 도시의 복잡성을 살린다.
- 담배 심부름에서 거스름돈을 잘못 받아 온 사건은 창수의 미숙함을 드러낸다.
- 반찬 가게 주인의 태도는 타인의 곤경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세태를 보여 준다.
- 담배 심부름은 서울에 대한 창수의 인식이 변화하는 계기이다.
- 창수의 아버지는 겉으로 단호하지만 자식의 성공과 건강을 바라는 부성애를 지닌다.
- 작품은 직접적인 평가보다 관찰과 묘사를 통해 당대 도시의 세태를 보여 준다.
- 1930년대 도시 세태라는 내용과 카메라의 눈·삽화식 구성·긴 문장이라는 형식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클릭형 5지선다 변형문제 10제
1. 「천변 풍경」의 갈래와 성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 작품 개관은 장편 소설·세태 소설, 관찰적·삽화적 성격으로 정리합니다.
2. 교과서 수록 부분의 중심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수록된 제3절은 가평에서 상경한 창수의 시선을 통해 서울 도심과 천변 풍경을 보여 줍니다.
3. ‘카메라의 눈’ 기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특정 인물의 눈을 통해 풍경을 훑듯 시선을 이동시키며 도시의 여러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영화적 서술 기법입니다.
4. 작품에 쉼표가 많은 긴 문장이 사용된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쉼표를 거듭 사용하여 창수의 시선과 감각에 들어오는 대상을 연속적으로 연결합니다.
5. 창수의 아버지가 아들을 서울에 데려온 까닭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아버지는 자식을 서울에서 배우고 생활하게 하여 제대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창수를 데려옵니다.
6. 서울에 막 도착한 창수의 심리 변화로 가장 적절한 것은?
처음에는 서울 문물에 감격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자신이 외부인임을 실감하면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7. 담배 심부름 사건의 기능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 사건은 오히려 창수에게 난감함과 두려움, 후회를 안겨 서울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흔듭니다.
8. 재봉이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재봉이는 이발소의 사환으로 천변의 여러 일을 관찰하고, 낯선 창수에게 담배 파는 곳을 알려 줍니다.
9. 『천변 풍경』의 세태 소설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청계천이라는 실제 도시 공간과 구체적인 신문물, 다양한 인물의 생활을 통해 1930년대 세태를 재현합니다.
10.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설명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과서는 근대 도시의 여러 생활 단면이라는 내용이 영화적인 시선 이동, 삽화식 구성, 긴 문장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