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트의 핵심은 ‘시간’입니다. 설명문 (가)는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문학이 어떻게 의도적으로 재구성하는지 설명하고, 조지훈의 「고풍 의상」과 이수익의 「결빙의 아버지」는 그 원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줍니다. 문제를 풀 때에는 단순히 과거형·현재형을 찾는 데 그치지 말고,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순간이 어떤 정서와 의미를 만들며 결합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출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국어 11~14번
1. 제시문 전문
(가) 문학적 시간
문학적 시간은 작가의 체험이나 의식에 따라 자연적 시간을 의도적으로 재구성하여 미적 효과를 드러낸다. 삶의 과정과 시간의 흐름을 담은 사건은 주로 과거형으로, 대상의 특징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이미지는 주로 현재형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과거형과 현재형의 적용은 작품 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사건이나 동작의 변화를 실감 나게 드러내기 위해 현재형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이미지 묘사를 시간의 흐름이 드러나도록 과거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A] 특히 서정시는 현재의 순간에 과거의 경험들이 공존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간의 모호성이 두드러진다. 즉 서정시는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지 않고 시적 현재로 통합하는 시간의 의도적 변형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 조지훈, 「고풍 의상」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줏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나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초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 당혜
㉢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
호접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를 숙이고……
나는 ㉣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곳줄 골라 보리니
㉤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다) 이수익, 「결빙(結氷)의 아버지」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랭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B]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은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꽝 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2. 핵심 개념과 작품 연결
| 구분 | 핵심 내용 | 문항에서의 적용 |
|---|---|---|
| (가) 문학적 시간 | 자연적 시간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작가의 체험·의식에 따라 재구성한다. 과거와 현재의 시제도 작품의 효과에 따라 바뀔 수 있다. | 11번에서는 「고풍 의상」의 표현을 이 개념에 연결한다. |
| [A] 서정시의 시적 현재 | 현재의 순간 안에 과거의 경험이 공존한다.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기보다 정서적으로 통합한다. | 12번은 「결빙의 아버지」에서 현재와 과거가 어떻게 통합되는지를 묻는다. |
| 「고풍 의상」 |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의 자태와 춤을 색채·고전적 어휘·비유·동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고전미를 예찬한다. | 13번은 시어, 분위기, 비유, 색채어, 말줄임표의 기능을 확인한다. |
| 「결빙의 아버지」 | 유년 시절 자신을 품어 주던 아버지의 사랑을 현재의 ‘얼어붙은 한강’ 이미지와 결합하여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 14번은 아버지의 희생적 사랑과 이미지 대응, 과거·현재의 연결을 묻는다. |
3. 원문 문제와 정답
4. 문항별 완벽 해설
11번 정답 ① – 자연적 시간의 문학적 재구성
① 적절함.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은 객관적인 시각이나 시간의 양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두견이 소리와 봄밤의 분위기를 결합해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정서적으로 변형한 표현입니다. (가)에서 말한 ‘작가의 체험이나 의식에 따른 자연적 시간의 의도적 재구성’에 정확히 해당합니다.
② 부적절. ㉡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감탄하는 현재적 정서 표현입니다. 과거형과 현재형의 통상적 적용이 뒤바뀐 사례로 보기 어렵습니다.
③ 부적절. ㉢의 ‘건너’, ‘문을 열고’는 눈앞에서 동작이 진행되는 듯한 현장감을 형성합니다. 과거의 동작을 멀리 떨어진 사건처럼 서술하는 것이 아닙니다.
④ 부적절. ㉣은 ‘이 밤’이라는 현재와 ‘옛날에 살아’라는 과거적 상상을 겹치게 하여 시적 시간의 변형을 보여 주지만, 그 목적은 시간의 ‘정확성’을 드러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⑤ 부적절. ㉤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는 과거형으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낸 표현이 아닙니다.
12번 정답 ② – 현재 위치와 과거 기억의 구별
②가 적절하지 않은 설명입니다.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은 화자가 현재 서 있는 장소가 아니라 예닐곱 살 적 유년 시절의 공간입니다. 현재의 화자는 ‘요즈음도 추운 밤’,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라는 현재적 상황에서 과거를 회상합니다. 따라서 과거 공간을 현재 위치라고 본 ②가 틀렸습니다.
①은 ‘어머님’에게 과거의 기억을 들려주는 말하기 방식이 현재의 화자와 과거의 유년 시절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타당합니다. ③의 ‘옛날처럼 나는’은 현재의 욕망 안에 과거 경험이 되살아나는 표현이고, ④는 한강교를 지나는 현재가 유년의 겨울밤을 호출한다는 점에서 [A]와 부합합니다. ⑤ 역시 과거의 아버지를 현재의 한강 이미지로 화신시키므로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정서적으로 합쳐집니다.
13번 정답 ⑤ – 말줄임표의 기능
⑤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미를 숙이고……’의 말줄임표는 동작과 정서의 여운, 춤사위의 지속감을 남기는 기능을 합니다. 시적 대상의 ‘정적인 상태와 동적인 상태가 충돌’하는 장면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① ‘파르란’, ‘기인’ 등은 일상적 형태를 변형한 시어로 운율과 고풍스러운 어감을 만듭니다. ② ‘부연’, ‘주렴’, ‘호장저고리’, ‘운혜’, ‘당혜’ 같은 전통적 소재와 ‘아름다운지고’, ‘밝도소이다’ 같은 예스러운 말투는 작품의 고전적 분위기를 강화합니다. ③ ‘한 마리 호접’, ‘가는 버들인 양’은 여인의 모습과 동작을 자연물에 빗댄 표현입니다. ④ ‘파르란’, ‘자줏빛’, ‘하얀’ 등의 색채어는 의상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합니다.
14번 정답 ④ – 얼어붙은 한강과 아버지의 사랑
④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과 ‘꽝 꽝 얼어붙은 잔등’은 서로 반대되는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닙니다. 둘 다 자신이 추위를 감당하면서 자식 또는 여린 존재를 보호하는 아버지의 희생적 사랑을 형상화합니다. 얼어붙은 강의 표면은 아래의 ‘부드럽고 여린 물살’을 혹한으로부터 막고, 과거의 아버지는 어린 화자를 몸으로 품어 추위를 막아 주었습니다.
①은 화자가 이제 자신의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 주는 행동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이 다음 세대로 이어짐을 보여 줍니다. ② 반복되는 ‘아버지’와 말줄임표는 부재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길게 남깁니다. ③ 뼛가루와 하얀 얼음의 이미지는 죽은 아버지를 현재의 강 이미지와 감각적으로 결합합니다. ⑤ 현재의 ‘다시 눕고 싶습니다’와 과거의 신체적 기억이 직접 연결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강화합니다.
5. 시험 직전 핵심 정리
- 문학적 시간 = 자연적 시간의 단순 복사가 아니라 작가의 체험과 의식에 따른 의도적 재구성.
- 서정시의 시적 현재 = 현재 순간 속에 과거 경험이 공존하며, 과거와 현재가 정서적으로 통합됨.
- 「고풍 의상」은 전통 의상과 춤사위를 색채어, 고전적 어휘, 예스러운 종결 표현, 자연물 비유로 형상화함.
- 「고풍 의상」의 ‘이 밤에 옛날에 살아’는 현실의 현재와 상상된 과거를 겹치게 하는 표현임.
- 「결빙의 아버지」는 ‘현재의 추운 밤/한강’에서 ‘유년의 겨울밤/아버지’를 떠올리는 회상 구조를 가짐.
- ‘얼어붙은 한강’은 차갑고 냉정한 아버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여린 물살을 보호하는 희생적 보호자의 이미지임.
- 화자가 자기 아이의 이불을 덮어 주는 모습은 아버지의 사랑이 화자에게 이어졌음을 보여 줌.
- 12번의 핵심 함정은 ‘과거의 공간’을 ‘현재 위치’로 바꾸어 읽는 것, 14번의 핵심 함정은 ‘대비’를 ‘내면과 행동의 모순’으로 과잉 해석하는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