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수능특강 문학] 현진건 고향 해설 및 변형문제

2027 수능특강 문학 ·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 9강 작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현진건 「고향」 작품 수록 부분·상세 해설 및 변형문제

대구발 서울행 기차에서 만난 ‘그’의 유랑사를 통해 일제의 토지 수탈, 농촌 공동체의 붕괴, 식민지 조선 민중의 참혹한 삶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작품입니다.

2027 수능특강 문학 전체 목차

2027 수능특강 문학 현진건 고향 해설 및 변형문제

수능특강 수록 제시문 전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 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油紙)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부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양을 꾸미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스럽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이었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 옷을 한 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말도 곧잘 철철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중략)

노동 숙박소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묻고 나서,
“시방 가면 무슨 일자리를 구하겠는기요?”
라고 그는 매어달리는 듯이 또 재쳤다.

“글쎄요, 무슨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는지요.”

나는 내 대답이 너무 냉랭하고 불친절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러나 일자리에 대하여 아무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 외에 더 좋은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은근하게 물었다.

“어데서 오시는 길입니까?”
“흥, 고향에서 오누마.”

하고 그는 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의 신세 타령의 실마리는 풀려 나왔다. 그의 고향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K군 H란 외딴 동리였다. 한 백 호 남짓한 그곳 주민은 전부가 역둔토*를 파먹고 살았는데, 역둔토로 말하면 사삿집* 땅을 부치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이 후하였다. 그러므로 넉넉지는 못할망정 평화로운 농촌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뒤바뀌자 그 땅은 전부가 동양 척식 회사의 소유에 들어가고 말았다. 직접으로 회사에 소작료를 바치게나 되었으면 그래도 나으련마는, 소위 중간 소작인이란 것이 생겨나서 저는 손에 흙 한 번 만져 보지도 않고 동척엔 소작인 노릇을 하며 실작인에게는 지주 행세를 하게 되었다. 동척에 소작료를 물고 나서 또 중간 소작인에게 긁히고 보니, 실작인의 손에는 소출(所出)의 삼 할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죽겠다’ ‘못 살겠다’ 하는 소리는 중이 염불하듯 그들의 입길에서 오르내리게 되었다. 남부여대*하고 타처로 유리하는 사람만 늘고 동리는 점점 쇠진해 갔다.

지금으로부터 구 년 전, 그가 열일곱 살 되던 해 봄에(그의 나이는 실상 스물여섯이었다. 가난과 고생이 얼마나 사람을 늙히는가) 그의 집안은 살기 좋다는 바람에 서간도로 이사를 갔었다. 쫓겨가는 이의 운명이거든 어디를 간들 신신하랴*. 그곳의 비옥한 전야(田野)도 그들을 위하여 열려질 리 없었다. 조금 좋은 땅은 먼저 간 이가 모조리 차지를 하였고 황무지는 비록 많다 하나 그곳 당도하던 날부터 아침거리 저녁거리 걱정이라, 무슨 형세로 적어도 일 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먹고 입어 가며 거친 땅을 풀 수가 있으랴. 남의 밑천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보니 가을이 되어 얻는 것은 빈주먹뿐이었다. 이태 동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어 갈 제 그의 아버지는 우연히 병을 얻어 타국의 외로운 혼이 되고 말았다. 열아홉 살밖에 안 된 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악으로 악으로 모진 목숨을 이어 가던 중, 사 년이 못 되어 영양 부족한 몸이 심한 노동에 지친 탓으로 그의 어머니 또한 죽고 말았다.

“모친꺼정 돌아갔구마. 돌아가실 때 흰죽 한 모금도 못 자셨구마.”

하고 이야기하던 이는 문득 말을 뚝 끊는다. 그의 눈이 번들번들함은 눈물이 쏟아졌음이리라. 나는 무엇이라고 위로할 말을 몰랐다. 한동안 머뭇머뭇이 있다가 나는 차를 탈 때에 친구들이 사 준 정종 병마개를 빼었다. 찻잔에 부어서 그도 마시고 나도 마시었다. 악착한 운명이 던져 준 깊은 슬픔을 술로 녹이려는 듯이 연거푸 다섯 잔을 마신 그는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그 후 그는 부모 잃은 땅에 오래 머물기 싫었다. 신의주로, 안동현으로 품을 팔다가 일본으로 또 벌이를 찾아가게 되었다. 구주* 탄광에 있어도 보고, 대판* 철공장에도 몸을 담아 보았다. 벌이는 조금 나았으나 외롭고 젊은 몸은 저절로 방탕해졌다. 돈을 모으려야 모을 수 없고, 이따금 울화만 치받치기 때문에 한곳에 주접*을 하고 있을 수 없었다. 화도 나고 고국 산천이 그립기도 하여서 훌쩍 뛰어나왔다가 오래간만에 고향을 둘러보고 벌이를 구할 겸 구경도 할 겸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 한다.

“고향에 가시니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습디까?”
나는 탄식하였다.

“반가워하는 사람이 다 무원기요. 고향이 통 없어졌드마.”
“그렇겠지요. 구 년 동안이면 퍽 변했겠지요.”
“변하고 무어고 간에 아모것도 없드마. 집도 없고, 사람도 없고, 개 한 마리도 얼씬을 않드마.”
“그러면, 아주 폐동(廢洞)이 되었단 말씀이오?”
“흥, 그렇구마. 무너지다가 담만 즐비하게 남았즈마. 우리 살든 집도 터야 안 남았겠는기요. 암만 찾어도 못 찾겠드마. 사람 살든 동리가 그렇게 된 것을 혹 구경했는기요?”

하고 그의 짜는 듯한 목은 높아졌다.

“썩어 넘어진 새까래, 뚤뚤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젖혀 놓은 것 같드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기요? 백여 호 살든 동리가 십 년이 못 되어 통 없어지는 수도 있는기요? 후!”

하고 그는 한숨을 쉬며 그때의 광경을 눈앞에 그리는 듯이 멀거니 먼 산을 보다가 내가 따라 준 술을 꿀꺽 들이켜고

“참! 가슴이 터지드마, 가슴이 터져.”

하자마자 굵직한 눈물 두어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그 눈물 가운데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똑똑히 본 듯싶었다.

이윽고 나는 이런 말을 물었다.

“그래, 이번 길에 고향 사람은 하나도 못 만났습니까?”
“하나 만났구마, 단지 하나.”
“친척 되시는 분이던가요?”
“아니구마. 한 이웃에 살든 사람이구마.”

하고 그의 얼굴은 더욱 침울해진다.

“여간 반갑지 않으셌겠지요?”
“반갑다마다, 죽은 사람을 만난 것 같드마. 더구나 그 사람은 나와 까닭도 좀 있든 사람인데…….”
“까닭이라니?”
“나와 혼인 말이 있든 여자구마.”
“하—.”

나는 놀란 듯이 벌린 입이 닫혀지지 않았다.

“그 신세도 내 신세만이나 하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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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는 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 여자는 자기보다 나이 두 살 위였는데, 한 이웃에 사는 탓으로 같이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자라났었다. 그가 열네댓 살 적부터 그들 부모 사이에 혼인 말이 있었고 그도 어린 마음에 매우 탐탁하게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열일곱 살 된 겨울에 별안간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비 되는 자가 이십 원을 받고 대구 유곽에 팔아먹은 것이었다. 그 소문이 퍼지자 그 처녀 가족은 그 동리에서 못 살고 멀리 이사를 갔는데, 그 후로는 물론 피차에 한 번 만나 보지도 못하였다. 이번에야 빈터만 남은 고향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읍내에서 그 아내 될 뻔한 댁과 마주치게 되었다. 처녀는 어떤 일본 사람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었다. 궐녀*는 이십 원 몸값을 십 년을 두고 갚았건만 그래도 주인에게 빚이 육십 원이나 남았었는데, 몸에 몹쓸 병이 들고 나이 늙어져서 산송장이 되니까 주인 되는 자가 특별히 빚을 탕감해 주고 작년 가을에야 놓아준 것이었다. 궐녀도 자기와 같이 십 년 동안이나 그리던 고향에 찾아오니까, 거기는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쓸쓸한 돌무더기만 눈물을 자아낼 뿐이었다. 하루해를 울어 보내고 읍내로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십 년 동안에 한 마디 두 마디 배워 두었던 일본말 덕택으로 그 일본 집에 있게 된 것이었다.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요? 그 숱 많든 머리가 훌렁 다 벗어졌드마. 눈은 푹 들어가고, 그 이들이들하든 얼굴빛도 마치 유산*을 끼얹인 듯하드마.”
“서로 붙잡고 많이 울으셨제요?”
“눈물도 안 나오드마. 일본 우동집에 들어가서 둘이서 정종만 한 열 병 따려 누이고 헤어졌구마.”

하고 가슴을 짜는 듯이 괴로운 한숨을 쉬더니만, 그는 지난 슬픔을 새록새록이 자아내어 마음을 새기기에 지치었음이더라.

“이야기를 다 하면 무얼 하는기요?”

하고 쓸쓸하게 입을 다문다. 나 또한 너무도 참혹한 사람살이를 듣기에 쓴물이 났다.

“자, 우리 술이나 마저 먹읍시다.”

하고 우리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됫병을 다 말리고 말았다.

– 현진건, 「고향」

어휘
고부가리: 머리를 약 1.5센티미터 길이로 자르는 것을 가리키는 일본말 ‘고부까리’. / 역둔토: 나라의 경비 마련을 위해 농사짓던 역토와 둔토. / 사삿집: 개인이 살림하는 집. / 남부여대: 가난한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 떠돌아다님. / 신신하다: 마음에 들게 시원스럽다. / 구주·대판: 일본의 규슈·오사카. / 주접: 한때 머물러 삶. / 궐녀: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아닌 여자를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 유산: 황산.

핵심 내용

갈래 단편 소설, 사실주의적 성격의 소설
배경 1920년대 일제 강점기 / 대구발 서울행 기차와 ‘그’의 회상 속 고향·간도·일본 등
주요 인물 ‘나’: 기차 안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서술자. / ‘그’: 식민지 수탈로 고향을 잃고 간도와 일본 등을 떠돈 조선인 유랑민.
제재 식민지 수탈로 무너진 고향과 유랑민의 삶
주제 일제 강점기 조선 민중의 참혹한 삶에 관한 폭로
특징 ‘나’와 ‘그’의 만남 속에 ‘그’의 과거사가 삽입되는 액자식 구성, 구체적 역사 현실의 제시, ‘그’의 개인사를 민족의 현실로 확대하는 사실주의적 시선

작품의 구성과 흐름

  1. 기차 안의 만남: ‘나’는 한·중·일 복장이 뒤섞인 ‘그’의 외양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2. 고향 상실의 원인: 동양 척식 회사가 역둔토를 소유하고 중간 소작인의 착취까지 더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삶의 기반을 잃는다.
  3. 유랑과 가족의 죽음: ‘그’의 가족은 간도로 이주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모 모두 타지에서 죽는다.
  4. 서간도·신의주·안동현·일본 유랑: ‘그’는 생계를 위해 계속 떠돈다.
  5. 폐허가 된 고향: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집과 사람이 사라진 폐동이 되어 있다.
  6. 옛 혼인 상대와의 재회: 유곽에 팔려 갔던 여인 역시 식민지 현실 속에서 처참하게 망가진 삶을 살아왔다.
  7. ‘나’의 공감: ‘나’는 ‘그’의 개인적 비극에서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보고 함께 술을 마시며 연민과 유대감을 드러낸다.

상세 해설

1. ‘그’의 기이한 옷차림은 개인 취향이 아니라 유랑의 흔적이다

기모노, 옥양목 저고리, 중국식 바지, 짚신이 한 몸에 뒤섞여 있습니다. 작품은 이를 우스꽝스러운 외양 묘사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일본과 중국을 떠돌며 여러 언어와 문화를 접한 ‘그’의 유랑 생활이 몸에 남긴 흔적입니다. 당시 한·중·일의 의복 문화를 함께 살피면 이 낯선 외양이 유랑의 흔적이라는 점을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동양 척식 회사와 중간 소작인의 이중 수탈

평화롭던 농촌이 무너지는 직접적 계기는 역둔토가 동양 척식 회사의 소유로 넘어간 데 있습니다. 여기에 중간 소작인이 끼어들어 회사에는 소작인처럼 행동하면서 실제 경작자에게는 지주 행세를 합니다. 결국 실작인의 몫은 소출의 3할도 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게으름이나 우연한 실패가 아니라 식민지 경제 구조가 농민을 몰락시키는 과정입니다.

3. ‘그’의 이동은 자유로운 여행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유이민 생활이다

고향 → 서간도 → 신의주 → 안동현 → 일본 → 고향 → 서울로 이어지는 이동은 일관되게 생존과 연결됩니다. 특히 서간도 이주도 ‘살기 좋다는 바람’에서 선택하지만 현실은 황무지 개간과 극심한 가난, 부모의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공간 이동이 많다는 사실보다 왜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가가 핵심입니다.

4. 폐허가 된 고향은 식민지 조선의 축소판이다

‘집도 없고, 사람도 없고, 개 한 마리도’ 없는 고향과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젖혀 놓은 것’ 같은 폐허 묘사는 향촌 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눈물에서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봅니다. 한 사람의 고향 상실이 조선 민중 전체의 현실로 확대되는 대목입니다.

5. ‘눈물도 안 나오드마’는 슬픔의 부재가 아니라 슬픔의 극점이다

옛 혼인 상대 역시 가난 때문에 유곽에 팔려 가 십 년 동안 착취당했고, 고향과 부모를 모두 잃었습니다. 두 사람은 재회하고도 서로 붙잡고 울지 못합니다. 이는 취업난 때문에 인간관계가 변질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이미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고통을 겪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심리적 극한에 도달했음을 보여 줍니다.

6. ‘나’의 태도 변화는 작품의 현실 인식을 이끈다

처음 ‘나’는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지만 질문에 냉랭하게 답합니다. 그러나 ‘그’의 신세 타령을 들으며 자신의 태도가 불친절했다는 데 미안함을 느끼고, 술을 건네며 이야기를 듣고, 끝내 ‘그’에게 연민과 공감을 보입니다. 이 변화는 ‘그’의 개인사가 단순한 특이한 사연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 민중의 보편적 비극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7. 액자식 구성의 기능

현재의 기차 안 대화가 바깥 이야기를 이루고, ‘그’가 들려주는 과거의 유랑사가 그 안에 삽입됩니다. 이 구조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한 자리에서 압축해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듣는 ‘나’의 반응을 통해 독자가 ‘그’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 줍니다. 단, 내부 이야기 전체를 별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작품에서는 ‘그’의 직접 발화와 ‘나’가 요약·정리해 전달하는 부분이 함께 나타납니다.

8. 스물여섯의 얼굴에 새겨진 가난과 고생

‘그’의 실제 나이는 스물여섯이지만, 작품은 열일곱에 고향을 떠난 뒤의 가난과 노동이 한 사람의 얼굴을 얼마나 빨리 늙게 하는지 직접 환기합니다. 외양은 단순한 인물 묘사가 아니라 식민지 현실이 몸에 남긴 시간의 흔적입니다.

9. 부모의 죽음은 빈곤의 극한을 구체화한다

아버지는 타국에서 병으로 죽고, 어머니는 영양 부족과 심한 노동에 지쳐 죽습니다. 특히 ‘흰죽 한 모금도 못 자셨다’는 직접 발화는 가난을 추상적 상황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로 체감하게 합니다.

10. 공간이 넓어질수록 정착지는 사라진다

고향에서 서간도, 신의주, 안동현, 일본으로 이동 범위는 계속 넓어지지만 생활은 안정되지 않습니다. 이 역설은 근대적 이동의 자유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생존 기반을 잃은 유이민이 끊임없이 밀려나는 삶을 보여 줍니다.

11. 옛 혼인 상대의 서사가 피해의 범위를 확장한다

‘그’가 농민 수탈과 유랑의 피해자라면, 옛 혼인 상대는 빈곤 때문에 유곽에 팔려 가 장기간 착취당한 여성입니다. 두 삶을 병치함으로써 작품은 식민지 시대의 폭력이 한 종류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민중의 삶 전체에 광범위하게 작동했음을 드러냅니다.

12. ‘눈물도 안 나오드마’는 감정의 부재가 아니다

재회한 두 사람이 울지도 못했다는 말은 서로에 대한 정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누적된 상실과 고통 때문에 즉각적인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감정이 소진된 상태로 읽어야 합니다. 이어지는 술과 한숨이 그 억눌린 슬픔을 대신합니다.

13. 직접 인용과 요약 서술의 교차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은 ‘그’의 경상도 방언을 직접 인용하고, 오랜 세월의 유랑 과정은 ‘나’가 요약해 전달합니다. 직접 인용은 인물의 목소리와 현장감을 살리고, 요약 서술은 긴 시간을 압축해 사건의 인과 관계를 선명하게 만듭니다.

14. 사실주의적 성격은 구체성에서 강화된다

동양 척식 회사, 중간 소작인, 소출의 비율, 서간도와 일본의 노동 공간처럼 구체적인 역사·경제 정보가 개인의 생활사와 결합됩니다. 이 때문에 ‘그’의 비극은 막연한 가난 이야기가 아니라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낸 현실로 읽힙니다.

15. 수록 부분과 작품 전체의 결말을 구분해야 한다

수능특강 수록 제시문은 ‘나’와 ‘그’가 한됫병을 마시는 장면에서 끝납니다. 교재의 작품 해제는 작품 전체의 결말에 신민요가 삽입되어 주제가 압축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수록 부분의 직접 근거를 묻는 경우와 작품 전체의 특징을 묻는 경우를 구별해야 합니다.

출제 포인트 15

  1. 한·중·일 복장이 뒤섞인 외양은 유랑 생활의 흔적이며 식민지 유이민의 정체성을 시각화한다.
  2. ‘나’의 태도는 흥미와 거리감에서 미안함, 연민, 공감과 유대감으로 변화한다.
  3. 역둔토가 동양 척식 회사 소유가 된 것은 고향 공동체 붕괴의 직접적 역사 배경이다.
  4. 중간 소작인의 이중 착취로 실작인의 몫이 소출의 3할도 남지 않는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5. 고향→서간도→신의주→안동현→일본→고향→서울의 이동은 생존을 위한 유랑 경로다.
  6. 스물여섯의 실제 나이와 늙어 보이는 외양의 간극은 가난과 고생의 파괴력을 드러낸다.
  7. 부모의 죽음은 타국 생활의 빈곤, 영양 부족, 고된 노동과 직접 연결된다.
  8. ‘고향이 통 없어졌드마’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공동체의 완전한 붕괴를 뜻한다.
  9. 폐허를 무덤과 해골에 비유하여 고향의 죽음과 상실감을 극대화한다.
  10. ‘조선의 얼굴’은 ‘그’의 개인사를 식민지 조선 민중의 보편적 비극으로 확장하는 표현이다.
  11. 옛 혼인 상대의 유곽 경험은 빈곤과 착취가 여성의 삶까지 파괴한 현실을 보여 준다.
  12. ‘눈물도 안 나오드마’는 슬픔의 부재가 아니라 극심한 고통 뒤의 감정적 소진을 암시한다.
  13. 직접 인용은 인물의 목소리와 감정을 살리고, 요약 서술은 긴 유랑사를 압축한다.
  14. 기차 안 현재와 ‘그’의 과거사가 결합된 액자식 구성은 서술자의 인식 변화를 함께 보여 준다.
  15. 사실주의적 성격은 구체적인 역사·경제 현실을 개인의 삶과 결합해 드러내는 데서 나타난다.

자체 제작 수능형 변형문제 10제

아래 10문항은 작품의 수록 제시문과 작품 해설을 바탕으로 새로 만든 연습 문항입니다. 교재의 실제 발문이나 선택지를 옮긴 것이 아닙니다.

1. 윗글의 서술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③

  1. ① 작품은 ‘그’의 과거를 전지적 서술자가 모두 직접 제시하지 않는다.
  2. ② ‘나’의 과거 회상이 아니라 ‘그’가 들려주는 과거사가 중심이다.
  3. ③ 기차 안 현재 장면에 ‘그’의 과거가 삽입되고, 대화와 요약 서술이 함께 쓰인다.
  4. ④ 동일 사건의 상반된 기억을 경쟁시키는 구성은 아니다.
  5. ⑤ 사건의 인과 관계는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된다.

2. ‘동양 척식 회사’와 ‘중간 소작인’의 관계가 작품에서 수행하는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④

  1. ① 작품은 구조적 수탈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2. ② 역둔토가 회사 소유가 된 뒤 농민의 삶은 악화된다.
  3. ③ 실작인의 몫은 소출의 3할도 남지 않았다.
  4. ④ 동척과 중간 소작인의 이중 착취가 농촌 붕괴의 핵심 원인이다.
  5. ⑤ 두 착취 주체 사이에서 농민이 이익을 얻는 장면은 없다.

3. ‘나는 그 눈물 가운데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똑똑히 본 듯싶었다.’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②

  1. ① ‘그’의 성격 결함이 아니라 시대적 고통에 초점이 있다.
  2. ② 개인의 눈물에서 식민지 조선 전체의 비참함을 읽어 내는 대목이다.
  3. ③ ‘나’는 점점 연민과 공감을 느낀다.
  4. ④ 작품은 개인 선택보다 식민지 수탈 구조를 강조한다.
  5. ⑤ 의복 문화는 첫인상과 관련되지만 이 문장의 핵심은 아니다.

4. 다음 <보기>를 참고하여 ‘그’의 공간 이동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작품에서 공간 이동은 관광이나 자발적 모험보다 생존을 위한 유이민 생활과 밀접하다. 이동 경로를 따라가면 식민지 경제 구조가 한 개인의 삶을 고향 밖으로 지속적으로 밀어내는 과정이 드러난다.

정답 ⑤

  1. ① 동척의 수탈과 농촌 쇠진이 이주의 배경이다.
  2. ② 작품에 직접 제시된 생계 이동이다.
  3. ③ 구주 탄광, 대판 철공장의 경험이 국외 유랑을 보여 준다.
  4. ④ 고향은 이미 폐동이 되어 귀환의 기반이 사라졌다.
  5. ⑤ 서울에서 안정된 삶이 보장된다는 정보는 없으며, ‘벌이를 구할 겸’ 올라가는 길이다.

5. ‘눈물도 안 나오드마.’가 드러내는 정서 상태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것은?

정답 ①

  1. ① 장기간 누적된 상실과 고통으로 감정이 소진된 상태와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2. ② 재회는 오히려 과거의 비극을 환기한다.
  3. ③ 서울 취업의 성공 여부는 제시되지 않는다.
  4. ④ 사회적 지위 차이가 재회의 핵심이 아니다.
  5. ⑤ 두 사람 모두 심각한 상처와 빈곤을 겪었다.

6. 다음 중 사회·문화적 맥락을 활용한 작품 탐구에 가장 가까운 것은?

정답 ④

  1. ① 작품 내부 심리 분석은 내재적 접근이다.
  2. ② 서술 방식 분석도 작품 내부 요소에 초점이 있다.
  3. ③ 표현 기법 분석 역시 내재적 접근이다.
  4. ④ 작품 밖 당시 의복 문화를 조사해 작품 이해에 활용하므로 사회·문화적 맥락 탐구다.
  5. ⑤ 언어 형식 분석은 외적 맥락 탐구와 거리가 있다.

7. 작품에서 ‘술’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③

  1. ① 술은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2. ② 두 인물의 지역 경쟁은 나타나지 않는다.
  3. ③ ‘나’가 정종을 권하고 끝에 함께 마시는 행위는 슬픔과 공감의 공유를 보여 준다.
  4. ④ 이야기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장치가 아니다.
  5. ⑤ 향토적 풍류보다 비참한 현실을 견디는 기능이 강하다.

8. 다음 <보기>에 비추어 ‘그’의 첫인상과 이후 인식의 관계를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사실주의 소설은 한 인물의 구체적 외양과 생활사를 통해 개인을 둘러싼 사회 구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때 처음에는 낯설고 개인적인 특징으로 보이던 요소가 이후 그 인물의 사회적 조건을 보여 주는 징표로 다시 읽힐 수 있다.

정답 ②

  1. ① 이후 유랑 생활과 연결되므로 단순 장식이 아니다.
  2. ② 외양과 삶의 이동 경로가 결합되며 식민지 유랑민의 현실을 보여 준다.
  3. ③ ‘나’는 처음부터 모든 사정을 알지 못한다.
  4. ④ 자유로운 취향보다 생존 과정의 흔적으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
  5. ⑤ 의복 문화는 인물의 첫인상과 시대적 이동 경험을 연결해 해석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이다.

9. ‘그’와 옛 혼인 상대의 삶을 함께 제시한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⑤

  1. ① 두 사람 모두 시대 구조의 피해자로 제시된다.
  2. ② 오히려 비극을 보편적 현실로 확장한다.
  3. ③ 두 사람은 성공이 아니라 파괴된 삶을 겪는다.
  4. ④ 여인의 비극은 식민지 현실의 참혹함을 더 깊게 만든다.
  5. ⑤ 농민 유랑과 여성 인신 착취를 함께 제시해 피해의 범위를 확장한다.

10. 이 작품의 주제 의식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 것은?

정답 ①

  1. ① 작품 전체의 중심 주제인 식민지 조선 민중의 참혹한 삶에 대한 폭로와 정확히 연결된다.
  2. ② 이동은 자유의 확대보다 생존을 위한 유랑이다.
  3. ③ 노력에 의한 성공 서사가 아니다.
  4. ④ 혼인 상대의 비극은 더 넓은 식민지 현실의 일부다.
  5. ⑤ 기차 풍속은 작품의 핵심 주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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