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수능특강 문학 · 갈래 복합 07 · 본문 278~282쪽
공선옥 「한데서 울다」
도시와 시골 사이에서 방황하는 정희가 번개탄 장수와의 구체적인 만남을 통해 타인과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현대 소설입니다.
수능특강 수록 부분
[앞부분 줄거리] 정희는 집을 구하기 위해 도시에 갔다가 돌아오려는 참에, 막무가내로 불쾌한 수작을 거는 사내를 주차장에서 맞닥뜨려 황급히 자리를 피해 운전대에 오른다.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집에 가려면 속력을 내야 할 것이었다. 다행히 도시 외곽으로 갈수록 차가 쑥쑥 빠져서 낯모르는 남자 때문에 고약했던 기분도 차차 나아졌다. 불쾌감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불안감이 들어찼다. 팔자에도 없던 ‘전원생활’을 하게 된 남편은 그 덕분에 길어진 출퇴근길이 주는 스트레스를 툭하면 그녀에게 쏟아 내곤 했다. 그런데 이즈음 남편의 짜증이 갑자기 없어진 이유를 정희는 ‘그 여자’ 때문이라고 여겼다. 도시에서 한 시간 남짓 되는 그 출근길에 남편은 동네 입구에 사는 그 처녀를 태우고, 그러니까 도시식으로 말하면 ‘카풀’하여 다니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 때문인가. 그녀가 도저히 그곳의 생활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하여 다시 도시로 들어오려고 하는 이유가. 그건 맹세코 아니었다. 정희가 더 이상은 이곳에서 못 살겠다, 하면 남편은 틀림없이 그럼 달나라에 가 살라고 하고도 남을 거였다. 그것을 생각하면 도시에 집 보러 다니는 이즈음 자신의 행각을 도저히 남편한테 털어놓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시골로 이사하여 다행히 아이들도 그런대로 잘 적응하고 시어머니도 노인들 특유의 자연 친화력으로 도시 살 때와는 사뭇 다른 건강하고 온화한 ‘시골 할머니’가 되어 가는 중이었다. 정희가 처음 시어머니를 봤을 때의 느낌은 그녀가 고등학교 때 읽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나오는 전당포 노인을 연상시키는 바도 있었다. 그처럼 외롭고 각박하고 쓸쓸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이즈음 시어머니는 아주 많이 따스해졌다. 그런데 왜 정희는 도시로 다시 나오려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어떻게, 누구한테 설명할 수 있을까. 정희는 아득해졌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그리고 살아가는 이유는 모두 다 거창해야만 하고 분명해야만 하는 것일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왜 자신으로서는 절실한 이유가, 문제가 타인들에게는 하찮고 우습고 그래서 짜증 나는 것이 될까.
아침에 정희는 또 그 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정말 바라지 않는 그 소리. 새소리, 이슬방울 떨어지는 소리보다도 더 빨리 듣게 되는 소리.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시어머니나 이웃들은 다들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은근히 기다릴지도 모르는 소리. 다시 한번 고쳐 생각해 보면 정말 정희 자신으로서도 아무렇지 않은 소리. 어찌 해석하면 눈물겨운 삶의 소리. 도시 산동네에 살 때 날마다 들었던 소리. 이를테면 개 사요, 염소 사요, 소리들. 콩나물 사요, 따끈따끈한 두부 사요, 소리. 그 남자는 꼭 세 번째에 왔다. 그러고는 확성기를 소리 높여 틀었다. 그 남자는 꼭 카세트를 튼다. 중간중간에 기괴한 추임새가 들어가는, 관광버스 안에서 아줌마들이 춤출 때 트는 그 노래들 한 곡조가 끝나면 이윽고 남자는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품목들을 열거하기 시작한다. 이미 콩나물, 두부를 파는 사람이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간 뒤인데도 제깟 게 돌고 나갔든지 말았든지 자기로서는 알 바 아니라는 듯, 한가롭게, 태평하게, 천연덕스럽게, 혹은 청승맞게.
번개탄 있어요, 미원 있어요, 왜간장 있어요, 아부래기 있어요, 간고등어 있어요, 화장지 있어요, 계란 있어요, 명태 있어요, 있어요, 있어요⋯⋯ 한없는 있어요, 소리. 그 남자 때문일까. 시골 동네 입식 부엌, 기름보일러 안 한 집 없는데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다 왔는지, 언제 녹음한 걸 트는 건지 아무도 사지 않을 번개탄부터 사라고 외치는 남자가 자신을 괴롭혔으면 어디를 얼마나 괴롭혔다고, 자신을 짜증 나게 했으면 어디를 얼마나 짜증 나게 했다고, 남편과 ‘사투’를 벌여 가며 이주를 해 온 시골집인데, 그런 집을 놔두고 또다시, 그렇게도 저주해 마지않던 도시의 ‘집도 아닌 집’을 보러 다닌단 말인가. 그렇다면 자신이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가고 시어머니 아파 누워 있는 이웃 할머니네로 병문안차 마실 간 사이에 네 살배기 옆에 끼고 벌건 대낮에 그놈의 집도 아닌 집을 구하러 도시 바닥을 싸돌아다니는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중략 부분 줄거리] 정희는 마을의 사냥꾼들로 인한 총기 사건 때문에 마을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을 떠올린다.
마을에서 파란색 작은 트럭이 내려오고 있다. 정희는 제 차를 길가 쪽으로 바짝 붙여 댄다. 차가 가까이 올수록 귀에 익은 노랫소리도 선명하다. 정희는 모른 척하고 왼고개를 튼 채 차가 비켜 가기를 기다린다. 차가 다 비켜 갔겠지, 싶어 고개를 바로 하는 순간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고개를 있는 힘껏 뒤로 젖혀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손을 흔든다. 아이가 타고 있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은 일이다. 아이는 마냥 손을 흔든다. 웃는다. 정희는 클랙슨을 길게 울렸다. 트럭이 멈춘다.
“오늘 아침에는 안 오셨던가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아침에 안 오더니 기어코 오후에 온 모양이군, 속으로는 삐죽거리는 심보면서.
“예에, 어제 얘 엄마가 애를 낳았어요. 뭘 드릴까요?” / “간고등어 있어요?”
“명태도 있고 갈치도 있어요.” / “번개탄도 있잖아요.” / 사내가 씨익 웃는다.
“요새도 분명히 연탄 때는 집이 있는데 번개탄 장수는 안 온다 그래서 갖고 다니지요.”
언제 간을 했는지 부옇게 소금기가 말라붙어 있는 간고등어 한 손만 사려다가 아기를 낳은 엄마 땜에 아빠를 따라다니는 어린것한테 마음이 끌려 ‘아부래기’도 산다. 산 것들을 차에 갖다 놓고 지갑을 찾아봐도 지갑이 없다. / “명수야, 엄마 지갑 못 봤어?”
지갑이라는 말이 뭔 말인지도 모를 아이한테 지갑 얻다 뒀냐고 건짜증을 낸다.
“찌갑? 찌갑 여기쩌.” / 아이가 내미는 것은 내내 손에 쥐고 다니던 장난감 로봇이다.
낭패다. / “아저씨, 내일 또 와요?” / “오다마다요.”
“그럼 오늘은 외상을 달아 놓으세요. 저 어디 사는지 아시죠?” / “알다마다요.”
트럭은 떠났다. 아이가 손을 흔드는데도 같이 흔들어 줄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 또렷이 떠오르는 시내 주차장에서의 일. 진저리가 절로 인다. 차를 몰아 집으로 오며 정희는 다짐한다. 내일부터는 시내 나갈 일도 없을 것이라고. 분수에 맞지도 않는 이놈의 차도 없애 버릴 거라고. 그런데 웬 놈의 눈물은 그렇게도 쏟아지는지, 정희는 그만 차의 시동을 끄고 말았다.
작품 핵심 해설
정희는 도시 아파트의 각박함을 벗어나 시골로 왔지만 시골 역시 기대한 이상향은 아니었다. 다시 도시 집을 알아보던 중, 그동안 ‘짜증 나는 소음’의 원인으로만 보았던 트럭 장수와 그의 아이를 직접 만난다. 장수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정희의 고정된 인식이 흔들리고, 타인을 새롭게 이해한 경험은 자신의 반복된 공간 이동 욕망을 성찰하게 만든다.
| 단계 | 정희의 상태 | 의미 |
|---|---|---|
| 도시 귀가 길 | 불쾌감 뒤에 불안감, 도시 재이사 계획을 숨김 | 삶의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
| 확성기 소리 회상 | 짜증과 자기 의심이 함께 나타남 | 자신의 반응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함 |
| 장수와 아이를 만남 | 상상하지 못했던 타인의 사정을 발견함 | 인식의 한계가 확장됨 |
| 귀가 | 도시로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눈물 | 자기 성찰과 방향 전환 |
두 공간은 선/악으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는다. 도시는 각박함과 불쾌함을, 시골은 기대와 동시에 소음·총기 사건 등의 불안을 함께 지닌다. 정희는 두 공간 사이에서 계속 흔들린다.
처음에는 낡고 촌스럽고 짜증 나는 확성기 소리로 받아들여지지만, 뒤에는 한 가족의 생계를 이어 가는 ‘눈물겨운 삶의 소리’로 의미가 확장된다.
“왜 정희는 도시로 다시 나오려 하는 것일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와 같은 질문의 연속은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복합적 심리를 직접 드러낸다.
트럭 조수석의 아이는 인식 전환의 결정적 장치이다. 정희가 장수를 추상적인 ‘짜증의 원인’이 아니라 가족을 책임지는 구체적인 한 인간으로 보게 한다.
정희는 번개탄을 시대에 뒤떨어진 쓸모없는 물건처럼 생각했지만, 장수는 실제로 그것이 필요한 집이 있다고 설명한다. 정희의 도시 중심적 선입견이 깨지는 장면이다.
지갑이 없는데도 장수는 정희의 집을 알고 있다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이 장면은 시골의 생활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 최소한의 신뢰와 관계 가능성을 보여 준다.
도시에서 낯선 남성에게 불쾌한 일을 겪은 기억과, 시골 장수의 인간적인 사정을 알게 된 경험이 겹친다. 이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정희의 질문을 더 깊게 만든다.
“내일부터는 시내 나갈 일도 없을 것”이라는 말은 도시 집을 알아보던 계획에서 물러나 현재의 삶을 다시 받아들이려는 방향 전환이다.
마지막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타인의 삶을 새롭게 이해한 감정, 자신의 방황에 대한 자각, 현재의 삶으로 되돌아가려는 결심이 뒤섞인 복합적 정서의 분출이다.
타인과의 구체적인 만남은 고정된 인식을 깨뜨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과 현재의 자리를 새롭게 성찰하게 한다.
시험 출제 포인트 15
- 정희는 다시 도시로 이사하려 하지만 그 이유를 남편에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 남편의 카풀은 정희의 불안을 자극하지만 도시 재이사의 유일한 원인으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 아이들과 시어머니는 시골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
- 정희의 반복되는 질문은 자기 내면의 혼란과 설명 불가능성을 드러낸다.
- 확성기 소리는 처음에는 정희가 견디기 싫어하는 대상이다.
- 정희는 스스로 그 소리를 ‘눈물겨운 삶의 소리’라고 다시 해석할 가능성도 느낀다.
- 총기 사건은 정희가 시골을 떠나고 싶어진 현실적 계기 중 하나이다.
- 트럭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는 행동은 장수를 여전히 반기지 않는 태도를 보여 준다.
- 트럭의 아이는 정희가 상상하지 못했던 장수의 가족 현실을 드러낸다.
- 장수의 아내가 출산했다는 사실은 아이가 함께 다니는 이유를 구체화한다.
- 번개탄은 ‘쓸모없는 낡은 물건’이라는 정희의 선입견을 깨는 소재이다.
- 외상 거래 장면은 생활 공동체의 신뢰 가능성을 보여 준다.
- 도시 주차장 사건과 시골 장수와의 만남은 서로 대비된다.
- “내일부터는 시내 나갈 일도 없을 것”은 도시 재이사 계획의 중단을 뜻한다.
- 마지막 눈물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자기 성찰이 겹친 복합 감정이다.
클릭형 변형문제 10제
1. 정희가 도시에서 집을 알아보는 일을 남편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2. 트럭 장수의 확성기 소리에 대한 정희의 인식 변화는?
정답 ②
장수와 아이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소리는 한 가족의 삶과 연결된다.
3. 트럭 조수석의 아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답 ⑤
정희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족 현실을 보게 하며 인식의 한계를 흔든다.
4. “요새도 분명히 연탄 때는 집이 있는데”라는 말의 효과는?
정답 ①
정희의 도시 중심적이고 단정적인 시선이 깨지는 장면이다.
5. 정희의 연속적인 자문이 드러내는 것은?
정답 ③
정희는 자신에게 절실한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답답함을 느낀다.
6. 외상 장면이 암시하는 것은?
정답 ④
장수는 정희가 어디 사는지 알고 있고 다음 날 다시 올 것이라 자연스럽게 말한다.
7. “내일부터는 시내 나갈 일도 없을 것”이라는 다짐의 의미는?
정답 ①
타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자신의 삶의 자리 재평가로 이어진다.
8. 도시와 시골의 관계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 ⑤
작품은 도시/시골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처리하지 않는다.
9. 마지막 눈물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②
눈물은 한 가지 감정으로 환원하기 어렵고, 인식 전환과 자기 성찰이 함께 폭발한 결과이다.
10. 이 작품의 중심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③
장수와의 만남→인식 확장→자기 성찰이라는 구조가 작품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