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수능특강 문학 · 2부 적용 학습 · 현대시 06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 황동규 「달밤」
좌절된 혁명의 기억을 현재의 자기 성찰로 끌어와 다시 미래를 향하려는 화자와, 고독했던 과거를 돌아본 뒤 ‘외로움이 아닌 길’을 모색하는 화자를 비교해 읽는 작품입니다.
수능특강 수록 원문
(가)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나) 황동규, 「달밤」
내 보여 주리라
저 얼은 들판 위에 내리는 달빛을.
얼은 들판을 걸어가는 한 그림자를.
지금까지 내 생각해 온 것은 모두 무엇인가.
친구 몇몇 친구 몇몇 그들에게는
이제 내 것 가운데 그중 외로움이 아닌 길을
보여 주게 되리.
오랫동안 네 여며온 고의춤*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두 팔 들고 얼음을 밟으며
갑자기 ㉡구름 개인 들판을 걸어갈 때
헐벗은 옷 가득히 받는 달빛 달빛.
– 황동규, 「달밤」
* 고의춤: 바지의 허리를 접어서 여민 사이.
작품 핵심 정리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주제: 혁명 정신이 퇴색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
핵심 상황: 화자는 4·19 혁명 당시의 열정과 이상을 담고 있던 ‘그 방’을 떠난 현재의 자신을 돌아봅니다. 혁명이 완성되지 못했고 자신 역시 혁명 정신을 잃어 갔다는 자책과 씁쓸함을 드러내지만, 좌절과 실망마저 자신의 ‘재산’이자 ‘역사’로 받아들이며 끝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정서의 흐름: 혁명 좌절의 인식 → 혁명 정신의 퇴색과 자기비판 → 실망의 재해석 → 상실의 확인 → 이유 없이 ‘기쁘고 풍성’해지는 역설적 전환.
황동규 「달밤」
주제: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
핵심 상황: 화자는 ‘얼은 들판’과 ‘한 그림자’를 통해 고독했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이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과 남겨 온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습니다. 이후 친구들에게 ‘외로움이 아닌 길’을 보여 주겠다고 하며, ‘구름 개인 들판’과 ‘달빛’을 통해 이전과 달라진 진취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형상화합니다.
정서의 흐름: 고독한 과거의 환기 → 자아와 가치관에 대한 질문 → 타인과 함께할 새로운 길 모색 → 밝아진 공간 속에서 개방적 삶의 태도 확인.
중요 시어·구절 상세 해설
1.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작품에서 반복·변주되는 중심 구절입니다. 사회적 변혁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화자의 삶에서는 물리적인 공간만 달라졌다는 자조와 자책을 담습니다. 반복될수록 혁명의 좌절과 자기 성찰이 선명해집니다.
과거 화자가 품었던 혁명의 열정과 실천 의지를 환기합니다. 그러나 현재에는 그것이 ‘헛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과거의 이상과 현재의 상태 사이의 거리를 드러냅니다.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닙니다. 혁명 당시의 열정, 이상, ‘노래’와 ‘낙서’가 남아 있던 과거의 자아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라는 표현은 공간과 자아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실패와 좌절을 지워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이어지는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은 개인의 실망을 역사적 경험 속에서 다시 바라보려는 성찰을 드러냅니다.
미각과 후각의 감각적 표현을 대비하여 과거의 달콤한 기대와 현재의 쓰라린 현실을 선명하게 대조합니다. 혁명 이후 화자가 체감한 환멸과 씁쓸함이 구체화됩니다.
‘잃고’를 연쇄적으로 반복하여 상실을 누적합니다. 그러나 바로 뒤의 ‘기쁘고’, ‘풍성하다’로 이어지면서 좌절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태도로 넘어가는 정서의 전환을 준비합니다.
2. 황동규 「달밤」
차갑고 고독한 과거와 현재까지 이어진 외로운 삶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합니다. 화자는 이 공간을 바라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묻기 시작합니다.
자문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직접 성찰하는 대목입니다.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기존 삶의 방식에 회의를 품고 새로운 자아를 모색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고립에서 벗어나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방향 전환을 보여 줍니다. ‘외로움이 아닌 길’은 이전의 고독한 삶과 구별되는 새로운 삶의 방향을 상징합니다.
화자가 자기 자신을 ‘네’라고 부르며 다시 질문하는 자문자답의 형식입니다. 과거의 삶에 무엇이 남았는지 점검하면서 정체성의 변화를 모색합니다.
차갑고 어려운 현실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통과하려는 동작입니다. 정적인 고독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삶의 태도로 전환되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어둡고 막혀 있던 상태가 걷힌 밝은 공간 이미지입니다. ‘가득히 받는’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개방성과 수용성을 드러냅니다.
두 작품 비교
| 구분 | 「그 방을 생각하며」 | 「달밤」 |
|---|---|---|
| 성찰의 성격 | 4·19 혁명 이후 혁명 정신의 퇴색과 자신의 변화를 돌아보는 역사적·사회적 성찰 | 고독했던 과거와 현재의 가치관을 되묻는 실존적 성찰 |
| 핵심 공간 | ‘그 방’—과거의 혁명적 이상과 열정이 남아 있는 공간 | ‘얼은 들판’에서 ‘구름 개인 들판’으로—고독에서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 |
| 표현 방식 | 유사한 시구의 반복·변주, 감각적 대비, 상실의 열거 | 가상적 대화, 자문자답, 시각적 이미지, 동일 시어 반복 |
| 종결 태도 | 좌절과 상실을 통과한 뒤 다시 ‘기쁘고 풍성’해지는 미래 지향적 태도 | ‘외로움이 아닌 길’을 택하고 달빛을 온몸으로 받는 긍정적·개방적 태도 |
두 화자는 모두 새로운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 방을 생각하며」의 화자는 과거의 혁명적 이상에 비추어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역사적 주체로서의 정체성 성찰을, 「달밤」의 화자는 고독했던 과거와 자신의 가치관을 되묻는 실존적 차원의 정체성 회의를 보여 줍니다. 두 작품 모두 성찰을 거쳐 희망적인 새로운 자아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만납니다.
수능특강 01~03 문항 핵심 해설
① 두 작품 모두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상황을 형상화합니다.
② 두 작품 모두 특정 시어를 반복하여 화자의 정서와 관련된 공간·의미를 부각합니다.
③ (가)는 유사한 시구를 변주하지만, 그것을 ‘기억 속 상황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④ (가)의 ‘싸우라’, ‘일하라’는 인용된 과거의 구호이지 화자가 현재 직접 명령형 어미로 의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⑤ (나)는 ‘달빛’처럼 시각적 이미지가 담긴 명사로 시행을 마무리하며 의미를 강조합니다.
㉠은 과거 화자가 품었던 혁명적 이상과 열정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은 ‘얼은 들판’과 대비되며, 성찰을 거친 뒤 화자가 이전의 고독에서 벗어나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로 나아가려는 변화를 암시합니다.
정답 선지 ②는 화자가 ‘과거의 불완전한 모습을 배제’한다고 해석한 점이 잘못입니다. 화자는 ‘실망의 가벼움’을 없애거나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재산’으로 삼으며, 그것을 ‘역사일지도 모르는’ 경험으로 받아들입니다. 실패까지 포함해 과거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새로운 정체성 모색으로 이어집니다.
EBS 정답: 01 ③ · 02 ③ · 03 ②
수능·내신형 변형문제 10제
1. 「그 방을 생각하며」의 화자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 ⑤
- ① 적절: 과거의 이상과 현재의 메마른 상태가 대비됩니다.
- ② 적절: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 잊어버리고’에서 자책이 드러납니다.
- ③ 적절: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습니다.
- ④ 적절: 마지막의 ‘기쁘고’, ‘풍성하다’는 정서 전환을 보여 줍니다.
- ⑤ 부적절: 화자는 자신의 변화와 망각을 적극적으로 성찰합니다.
2. 「달밤」에서 ‘외로움이 아닌 길’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③
- ① 반대: ‘외로움이 아닌’이라는 표현 자체가 고독의 반복을 거부합니다.
- ② 반대: ‘두 팔 들고 얼음을 밟으며’는 회피가 아니라 능동적 태도입니다.
- ③ 적절: 친구들과의 관계와 새로운 길을 함께 모색합니다.
- ④ 반대: 친구들을 상정해 ‘보여 주게 되리’라고 말합니다.
- ⑤ 반대: 작품은 가치관과 자아 정체성의 변화를 핵심으로 합니다.
3. (가)의 ‘그 방’과 (나)의 ‘구름 개인 들판’을 비교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②
- ① ‘그 방’은 과거의 공간이며, ‘구름 개인 들판’은 개방적 변화와 연결됩니다.
- ② 적절: EBS 02번의 핵심 관계입니다.
- ③ ‘그 방’은 세속적 욕망이 아니라 혁명적 이상과 관련됩니다.
- ④ 두 공간의 의미를 거꾸로 설명했습니다.
- ⑤ 두 작품 모두 끝내 희망적 방향을 모색합니다.
4. 「그 방을 생각하며」의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①
- ① 적절: 실패까지 삶과 역사의 일부로 재해석합니다.
- ②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과 어긋납니다.
- ③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습니다.
- ④ ‘가벼움’은 무관심이 아니라 좌절을 다시 해석하는 표현입니다.
- ⑤ 마지막의 변화 가능성과 어긋납니다.
5. 「달밤」의 표현상 특징과 효과를 설명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④
- ① 강요가 아니라 가상의 타인과 자기 자신을 향한 성찰입니다.
- ② 계절 순환이 중심이 아닙니다.
- ③ 화자의 내면 질문과 태도가 중심입니다.
- ④ 적절: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달빛’, ‘구름 개인 들판’이 핵심입니다.
- ⑤ 친구들을 풍자하지 않습니다.
6.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②
- ① 두 작품의 공통 표현이 아닙니다.
- ② 적절: EBS <보기>의 핵심입니다.
- ③ (가)는 실망까지 ‘재산’으로 받아들입니다.
- ④ 두 작품 모두 화자의 내면 성찰이 중심입니다.
- ⑤ 초월적 구원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7. 다음 <보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성찰적 화자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 차이를 부정하거나 단순히 지우는 대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정답 ⑤
- ①~④ 모두 성찰→변화의 과정에 부합합니다.
- ⑤ (가)는 실패를 삭제하지 않고 재산으로 삼으며, (나)는 친구와 ‘외로움이 아닌 길’을 모색합니다.
8. (가)의 ‘달콤한 의지의 잔재’와 ‘쓰디쓴 담뱃진 냄새’의 대비가 갖는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③
- ① 계절 대비가 아닙니다.
- ② 오히려 간극을 드러냅니다.
- ③ 적절: 미각·후각의 감각적 대비입니다.
- ④ 수치 비교가 없습니다.
- ⑤ 혁명의 좌절과 환멸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9. (나)의 마지막 부분 ‘두 팔 들고 얼음을 밟으며 / 갑자기 구름 개인 들판을 걸어갈 때 / 헐벗은 옷 가득히 받는 달빛 달빛’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①
- ① 적절: ‘두 팔 들고’, ‘구름 개인’, ‘가득히 받는’이 적극성과 개방성을 강화합니다.
- ②~⑤ 모두 작품의 미래 지향적 변화와 반대됩니다.
10. 두 작품의 결말을 비교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④
- ① 혁명의 성공을 선언하지 않으며, (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 ② 두 화자 모두 포기·은둔과 거리가 멉니다.
- ③ 두 작품의 결말을 잘못 설명했습니다.
- ④ 적절: 두 작품 모두 성찰 뒤 희망적 태도로 이동합니다.
- ⑤ 두 작품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