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수능특강 문학 · 갈래 복합 06 · (다) · 본문 274~275쪽
박지원 「능양시집 서」
까마귀의 색과 미인의 다양한 자태를 예로 들어 고정 관념을 비판하고, 여러 시체를 자유롭게 구사한 박종선의 시 세계를 높이 평가한 서문입니다.
수능특강 수록 부분
본 것이 적은 사람은 백로를 기준 삼아 까마귀를 비웃고 물오리를 기준 삼아 학의 긴 다리가 위태롭다고 생각한다. 사물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는데 저 혼자 의심해 화를 내며 한 가지라도 생각과 다르면 만물을 모조리 비방한다.
아! 저 까마귀를 보라. 그 날개보다 더 검은색이 없긴 하나 얼핏 옅은 황금색이 돌고, 다시 연한 녹색으로 반짝인다. 햇볕이 비추면 자주색으로 솟구치다, 눈이 어른어른하면 비취색으로도 변한다. 그러므로 내가 비록 푸른 까마귀라고 말해도 괜찮은 것이고 다시 붉은 까마귀라고 말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저 사물은 본디 정해진 색이 없는데도 내가 눈으로 먼저 정해 버리는 것이다. 어찌 그 눈에서만 판정할 따름이랴? 보지도 않으면서 마음속에서 미리 판정해 버린다. 슬프다! 까마귀를 검은색으로 고정한 것도 충분한데 다시금 까마귀를 갖고 세상의 온갖 색을 고정하려 하는구나. 까마귀가 과연 검기는 하다. 그러나 누가 다시 이른바 푸르고 붉은 색이 검은색 안에 깃들어 있는 빛깔인 줄 알겠는가?
검은 것을 일러 어둡다고 하는 자는 비단 까마귀를 알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검은색도 모르는 것이다. 왜냐? 물은 깊고 그윽하기 때문에 비출 수 있고, 옻칠은 검기 때문에 비춰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빛깔[色]이 있는 것엔 빛[光]이 있지 않은 것이 없고, 형체[形]가 있는 것엔 자태[態]가 있지 않은 것이 없다.
미인을 관찰하면 시(詩)를 알 수 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부끄러워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턱을 받치고 있는 것은 한스러워함을 나타낸다. 홀로 서 있는 것은 누군가 그리워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눈썹을 찌푸리는 것은 근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기다리는 바가 있으면 난간 아래 서 있는 모습으로 보여 주고, 바라는 바가 있으면 파초 아래 서 있는 모습으로 보여 준다. 만약 다시 그녀에게 서 있는 모습이 재계한 것처럼 단정하지 않다고 나무라거나 앉은 모습이 불상처럼 가부좌가 아니라고 나무란다면, 이는 양 귀비에게 치통을 앓는다고 꾸짖고, 번희에게 쪽 찐 머리를 감싸 쥐지 말라고 금하며,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를 요염하다고 조롱하고, 손뼉 치며 추는 춤을 가볍다고 꾸짖는 격이다.
나의 조카 종선은 자가 계지(繼之)인데 시를 잘 썼다. 한 가지 법에 매이지 않고 온갖 시체(詩體)를 두루 갖추었으니, 우뚝이 동방의 대가가 된다. 성당(盛唐)의 시인가 싶어 보면 어느새 한위(漢魏)의 시체를 띠고 또 홀연 송명(宋明)의 시체를 띤다. 겨우 송명체라고 말하려니 다시 성당의 시체를 띠고 있다.
아! 세상 사람들이 까마귀를 비웃고 학을 위태롭게 여기는 것이 또한 너무 심하다. 그러나 계지의 동산에는 까마귀가 문득 푸르렀다 붉었다 한다. 세상 사람들은 미인을 재계하는 모습이나 불상처럼 만들고 싶어 하나, 손뼉 치며 추는 춤과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는 날이 갈수록 가볍고 요염해지고 쪽 찐 머리를 감싸 쥐거나 치통을 앓는 모습은 모두 각기 자태를 갖추고 있으니, 그 성내고 화를 내는 것이 심해질 것임은 의심할 바 없다.
세상에 달사는 적고 속인은 많다. 그러니 침묵하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그런데도 말을 그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아! 연암 노인이 연상각에서 쓴다.
작품 핵심 해설
사물과 문학을 한 가지 기준으로만 재단하는 고정 관념과 선입견을 버리고, 대상이 지닌 다양한 모습과 변화 가능성을 열린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성찰이 중심입니다. 글쓴이는 이 논리를 바탕으로 여러 시대의 시체를 자유롭게 구사한 조카 박종선의 시를 칭찬합니다.
| 구분 | 사물을 보는 방식 | 결과 |
|---|---|---|
| 달사 | 하나를 통해 여러 가능성을 떠올리고 고정된 기준에 매이지 않음 | 대상의 다양한 본질에 유연하게 대응함 |
| 속인 | 자신이 익숙한 하나의 기준으로 다른 대상을 판단함 | 조금만 다르면 이상하게 여기고 비방함 |
경험과 식견이 좁을수록 자신이 익숙한 기준에서 벗어나는 대상을 쉽게 ‘이상하다’고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작품의 문제 제기를 압축한 문장입니다.
달사는 무작정 많은 것을 눈으로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를 통해 열 가지를, 열 가지를 통해 백 가지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핵심은 정보의 양보다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입니다.
백로의 흰색을 기준으로 까마귀를 비웃고, 물오리의 짧은 다리를 기준으로 학의 긴 다리를 위험하다고 보는 태도는 자기 기준을 절대화하는 오류를 보여 줍니다.
까마귀는 검게 보이지만 빛과 시선에 따라 황금색, 녹색, 자주색, 비취색의 빛을 띱니다. ‘까마귀는 검다’라는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대상을 고정하면 다른 가능성과 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문제는 눈의 한계에만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관찰하기도 전에 마음속의 선입견이 결론을 정해 버리는 태도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사물은 고정된 한 가지 모습만 지니지 않고 빛과 자태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드러냅니다. 대상의 다양성과 개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보편화한 문장입니다.
고개 숙임, 턱을 받침, 홀로 섬, 찌푸린 눈썹 등 서로 다른 자세마다 부끄러움·한스러움·그리움·근심 같은 의미가 담깁니다. 미인에게 한 가지 정형화된 자세만 요구하는 것은 대상의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미인의 다양한 자태가 모두 아름다움의 한 모습일 수 있듯이, 시 역시 특정한 문체나 법 하나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비유입니다. 이 대목에서 사물 인식론이 문학론으로 확장됩니다.
종선은 성당·한위·송명의 시체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글쓴이는 이를 일관성 부족으로 보지 않고 ‘한 가지 법에 매이지 않는’ 유연성과 독창성으로 평가합니다.
종선의 시 세계가 한 가지 색, 한 가지 시체로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는 점을 까마귀의 색 변화에 빗댄 표현입니다.
‘달사는 적고 속인은 많다’는 말은 자신의 열린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획일적 기준으로 문학을 재단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입니다. ‘침묵하겠다’고 하면서도 결국 글을 쓰는 마무리에는 비판적 문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논리·표현 분석
| 장치 | 기능 |
|---|---|
| 달사와 속인의 대비 | 바람직한 인식 태도와 잘못된 인식 태도를 선명하게 구분함 |
| 백로·까마귀 / 물오리·학 | 자기 기준을 절대화하는 오류를 구체적 사례로 설명함 |
| 까마귀의 색 변화 | 대상이 한 가지 속성으로 고정되지 않음을 시각적으로 보여 줌 |
| 미인의 다양한 자태 | 시의 다양한 문체와 표현 가능성을 비유적으로 설명함 |
| 종선의 여러 시체 | 앞선 인식론을 실제 문학 창작의 사례에 적용함 |
시험 출제 포인트 18
- 갈래는 문집의 머리말 성격을 지닌 한문 수필이다.
- 글쓴이는 조카 박종선의 시집에 서문을 쓰며 자신의 문학관을 드러낸다.
- 달사와 속인은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대조된다.
- 달사의 핵심은 많은 경험 자체보다 유연한 상상력과 열린 관점이다.
- 속인은 자신의 기준 하나를 보편적 기준으로 착각한다.
- 백로와 까마귀, 물오리와 학은 상대적 기준을 절대화하는 오류의 예다.
- 까마귀의 다양한 색은 사물의 속성이 관점과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 글쓴이는 ‘까마귀는 검다’라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을 유일한 진실로 고정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 선입견은 실제 관찰 이전에 마음속에서 판단을 끝내는 문제를 낳는다.
- 검은 물과 옻칠의 반사 사례는 ‘검다=어둡다’라는 단순화의 오류를 반박한다.
- 빛깔과 빛, 형체와 자태의 관계는 대상의 다양성을 보편적 원리로 설명한다.
- 미인의 여러 자세는 서로 다른 정서와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 미인에게 하나의 자세만 요구하는 태도는 시에 하나의 문체만 요구하는 태도와 대응한다.
- ‘미인을 관찰하면 시를 알 수 있다’는 사물 인식론을 문학론으로 확장하는 문장이다.
- 종선의 시는 여러 시대의 시체를 넘나드는 유연성이 특징이다.
- 글쓴이는 다양한 시체 사용을 모방이 아니라 독창적 창작 능력으로 본다.
- ‘계지의 동산’의 푸르고 붉은 까마귀는 종선 시 세계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 마지막의 ‘달사는 적고 속인은 많다’는 당대의 획일적 비평 태도에 대한 비판이다.
클릭형 변형문제 10
1. 글쓴이가 ‘달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정답 ④
달사는 ‘하나를 들으면 열 가지를 떠올리고’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핵심은 관찰량이 아니라 열린 사고와 확장 능력입니다.
- ① 직접 본 것의 양이 핵심이 아닙니다.
- ② 모든 기준을 없애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 ③ 자의적 왜곡을 긍정하지 않습니다.
- ④ 달사의 인식 방식을 정확히 설명합니다.
- ⑤ 판단 포기가 아니라 유연한 판단입니다.
2. 백로를 기준으로 까마귀를 비웃는 사람의 오류는 무엇인가?
정답 ②
백로의 흰색을 정상 기준으로 삼아 까마귀의 검음을 비웃는 것은 상대적인 특성을 하나의 절대 기준으로 바꾸는 오류입니다.
- ① 공통점 강조보다 차이를 잘못 재단하는 문제입니다.
- ② 속인의 핵심 오류입니다.
- ③ 내면 중심의 오류가 아닙니다.
- ④ 표현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 ⑤ 오히려 차이를 인정하지 못합니다.
3. 까마귀가 황금색·녹색·자주색·비취색으로도 보인다는 예가 드러내는 생각은?
정답 ⑤
글쓴이는 까마귀가 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검다’만으로 그 존재를 고정하는 태도를 비판합니다.
- ① 본질의 소멸을 말하지 않습니다.
- ② 검음도 하나의 실제 모습입니다.
- ③ 관찰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 ④ 한 가지 표현만 강요하는 태도를 비판합니다.
- ⑤ 사례의 논리를 정확히 설명합니다.
4. ‘보지도 않으면서 마음속에서 미리 판정해 버린다’는 말이 비판하는 태도는?
정답 ①
글쓴이는 감각 기관의 한계보다 더 근본적으로, 마음속 선입견이 관찰 이전에 판단을 끝내 버리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 ① 비판 대상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 ② 바람직한 열린 태도에 가깝습니다.
- ③ 속인의 태도와 반대입니다.
- ④ 글쓴이가 지향하는 태도입니다.
- ⑤ 고정 관념을 벗어난 태도입니다.
5. ‘빛깔이 있는 것엔 빛이 있지 않은 것이 없고, 형체가 있는 것엔 자태가 있지 않은 것이 없다’는 문장의 기능은?
정답 ③
까마귀의 사례에서 확인한 다양성을 ‘색-빛’, ‘형체-자태’의 일반 원리로 확장한 대목입니다.
- ① 다양성을 부정하는 설명입니다.
- ② 곧이어 문학론으로 연결됩니다.
- ③ 문장의 논리적 기능을 정확히 설명합니다.
- ④ 통제 가능성을 말하지 않습니다.
- ⑤ 감각보다 선입견의 고정을 비판합니다.
6. 미인의 여러 자세를 자세히 나열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④
미인의 자태는 시의 다양한 문체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입니다. 하나의 정형만 강요하면 대상의 풍부한 아름다움을 놓치게 됩니다.
- ① 작품이 비판하는 태도입니다.
- ② 미인 평가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 ③ 미인을 통해 시를 설명합니다.
- ④ 비유의 기능을 정확히 설명합니다.
- ⑤ 특정 양식의 독점을 부정합니다.
7. 박종선이 성당·한위·송명의 시체를 넘나드는 점을 글쓴이가 높이 평가한 이유는?
정답 ①
종선의 장점은 ‘한 가지 법에 매이지 않음’입니다. 여러 전통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능력이 열린 인식과 독창성의 사례로 제시됩니다.
- ① 글쓴이의 칭찬 이유입니다.
- ② 미숙함이 아니라 능숙함을 말합니다.
- ③ 단순 복제를 칭찬하지 않습니다.
- ④ 동일성보다 다양성이 특징입니다.
- ⑤ 차이를 인정하면서 자유롭게 활용합니다.
8. ‘계지의 동산에는 까마귀가 문득 푸르렀다 붉었다 한다’는 표현의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 ⑤
‘푸르고 붉은 까마귀’는 실제 사육 기록이 아니라 종선 시의 다양한 색채와 문체를 상징하는 비유입니다.
- ① 앞부분과 뒷부분을 연결하는 장치입니다.
- ② 다양한 시체와 연결됩니다.
- ③ 비유의 핵심 의미입니다.
- ④ 글쓴이의 열린 문학관을 반영합니다.
- ⑤ 문자 그대로 해석한 오답입니다.
9. ‘세상에 달사는 적고 속인은 많다’는 말에 담긴 정서와 태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정답 ②
열린 사고를 지닌 달사는 적고 속인은 많다는 판단에는 당시의 획일적 인식과 비평 태도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 ① 오히려 이해받지 못하는 현실을 탄식합니다.
- ② 마지막 대목의 정서를 정확히 설명합니다.
- ③ ‘말을 그칠 수 없어’ 결국 글을 씁니다.
- ④ 특정 문체 독점을 비판합니다.
- ⑤ 종선의 시를 높이 평가하고 알립니다.
10. 이 글의 논리 전개를 가장 적절하게 정리한 것은?
정답 ③
작품은 인식 태도의 문제를 제기한 뒤 구체적 사물 사례를 거쳐 문학 창작의 다양성으로 논의를 확장합니다.
- ① 전기적·줄거리 중심 글이 아닙니다.
- ② 자연 수필의 구조가 아닙니다.
- ③ 실제 논리 전개를 정확히 요약합니다.
- ④ 정치 개혁안이 중심이 아닙니다.
- ⑤ 오히려 다양한 문체를 긍정합니다.
